도톨밤[橡栗]을 통하여 당시 농민들의 참상을 노래한 시이다. 『동문선』 권7에 수록되어 있다. 36구의 7언고시이다. 내용은 크게 네 단락으로 이루어졌다. 1∼4행은 도톨밤의 명칭·맛·용도 등에 대하여 매우 간략히 서민적이고 친근감이 넘치게 묘사하였다.
5∼16행은 시골 늙은이들이 새벽부터 도토리를 주으러가는 광경을 그렸다. 벼랑을 오르고 칡넝쿨을 헤치며 원숭이와 경쟁하듯 온종일 주워도 광주리에 차지 않아, 주린 배를 채우려 나물을 삶아 먹으며 골짜기에서 잠을 자는 처절한 모습을 그렸다.
17∼28행은 작자가 도토리를 줍는 원인을 묻자 농부가 이에 대답한 내용이다. 권세 있는 자들이 농민의 땅을 빼앗아 긁어가므로 세금을 낼 길이 없어 젊은이들은 사방으로 흩어져 갔으며, 이 때문에 노약자만 남아 연명하기 위하여 하는 수 없이 도톨밤을 줍는다는 것이다.
29∼36행은 “듣고 나니 가슴이 미어지는 듯하다”라고 하여 이제까지 절제해온 감정을 실었다. 또, 공후의 집 식탁은 바로 촌 늙은이의 피눈물로 풍요롭게 된 것이라고 하여, 날카롭게 비판하였다. 이 시는 고려 후기 농민들의 참담한 생활상을 절실하고 핍진하게 그렸다.
고려 후기의 농민을 제재로 한 농민시의 발전적 면모를 확인할 수 있으며, 이 방면의 대표작으로 손색이 없는 글이다. 작자가 관직에 있지 않아 신분적으로 농민과 가까이 지낼 수 있었기 때문에, 농촌의 현실생활을 구체적으로 인식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