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책. 인본(印本). ‘기묘록( 己卯錄)’이라고도 한다.
조광조(趙光祖)·김정(金淨)과 아울러 중종 때 개혁정치의 주도적 인물로 알려진 김식(金湜)의 현손 김육이 찬술, 간행하였다.
그가 1638년(인조 16) 충청도관찰사로 재직시, 기묘사화 때 화를 당한 기호지방 출신 사림파의 대표적 인물의 한 사람인 김정국(金正國)이 지은 ≪기묘당적 己卯黨籍≫과, 안당(安瑭)의 손자이고 안처겸(安處謙)의 아들인 안로(安璐)가 저술한 ≪기묘록보유 己卯錄補遺≫를 바탕으로 간행하였다.
김정국의 ≪기묘당적≫은 기묘사화 때 화를 당한 94인의 생년·급제·최종 관직만을 소략하게 기록하였다. 이러한 미비점을 보완하기 위해 저술된 ≪기묘록보유≫는 ≪기묘당적≫에 수록된 94인에 35인을 보충한 129인의 호와 시호는 물론, 그들의 모습·특별한 재능·인간됨·관력 및 겪은 사건, 친척 관계, 응수시편(應酬詩篇), 사망 연대 등에 관한 것을 자세하게 기록하고 있다.
이 ≪기묘당적≫과 ≪기묘록보유≫를 바탕으로 한 ≪기묘제현전≫은 더 많은 인원을 보충한 218인을 다음과 같은 항목으로 분류, 수록하였다.
먼저 8현(八賢)인 정광필(鄭光弼)·안당·이장곤(李長坤)·김정·조광조·기준(奇遵)·김식·신명인(申命仁) 등의 전기를 자세히 기록하였다. 이어 김구(金絿)·한충(韓忠) 등 9인의 유찬(流竄:유배), 문근(文瑾)·공서린(孔瑞麟) 등 33인의 삭직과 파직, 성세창(成世昌)·신상(申鏛) 등 18인의 산반(散班:散官, 즉 일정한 직무가 없는 관직), 파릉군(巴陵君)·숭선군(崇善君) 등 5인의 종실, 이연경(李延慶)·경세인(慶世仁) 등 17인의 혁과(革科), 서경덕(徐敬德)·박소(朴紹) 등 92인의 별과피천(別科被薦), 박광우(朴光祐)·최수성(崔壽峸) 등 29인의 유사(儒士), 신영(申瑛)·조원기(趙元紀) 등 9인의 보유 등의 순서로 기록하고 있다.
여기에 실린 인물들을 분석해보면, 이른바 사림파에 속하는 인물 가운데에도 가계상으로는 훈구가문 출신이 상당수에 이르고 있다. 지역적으로는 영남지방 출신보다 기호지방 출신이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사림파의 성립 초기에는 김종직(金宗直)의 문인이 압도적이었으나, 중종 때에 와서는 조광조·김안국(金安國)·김정국 등 김굉필(金宏弼)의 문인이 주축이 되어 개혁정치를 이끌어 갔음을 위의 여러 기록들이 잘 말해주고 있다.
≪기묘당적≫은 김정국의 문집인 ≪사재집 思齋集≫ 권4에 수록되어 있으며, 김정국 자신이 의식하고 있던 기묘인(己卯人)들을 정리한 것이다. 여기에 수록된 인물은 김정국이 동류의식 또는 공동피해자 의식을 가졌던 사람들로 보아도 좋을 것이다.
≪기묘록보유≫는 안로의 할아버지·아버지 및 그들과 관련된 인물들의 기록이므로, 어떤 의미에서는 가승(家乘)의 성격도 포함한 기록이다.
따라서, 편견이나 윤색이 작용했을 가능성도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수록된 인물이 ≪기묘당적≫과 거의 일치하고 있어 사림파 집단의 인적 구성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되는 사료이다.
≪기묘제현전≫은 김육의 생존시대, 즉 사림파 주도의 정치가 본격화되어 있던 시기에 기묘인, 즉 중종 때 사림파의 계보가 어떻게 파악, 정리되었는가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기록이다.
≪기묘당적≫·≪기묘록보유≫·≪기묘제현전≫ 이외에 작자 미상이지만 ≪기묘록보유≫와는 체계를 달리해 기묘년에 화를 당한 사람은 물론, 그 사건을 꾸민 인물들의 전기도 함께 수록한 ≪기묘록속집≫이 있다.
그 내용은 크게 별과시천거인(別科時薦擧人)·좌당인원(坐黨人員)·구화사적(構禍事蹟) 등 몇 부분으로 나뉘어 기술된 것으로, 내용과 체계가 광범위하고 짜임새가 있어 그 가치가 높다.
또, 저자는 분명하지 않으나 내용으로 보아서는 ≪기묘록속집≫의 저자와 동일인의 저작으로 짐작되는 ≪기묘록별집≫이 있다.
이 책은 <제현봉사 諸賢封事>라는 제목 아래 1517년(중종 12, 丁丑)에 김식이 짓고, 이충건(李忠楗)이 연명해 올린 바 있는 폐비 신씨(愼氏)의 복위를 주장한 것 등 6개의 봉사를 수록하고 있다.
이것은 기묘사화 때 화를 당한 인물들이 사화 이전에 건의한 문장들을 모은 것으로 또한 그 가치가 높다. ≪기묘록보유≫·≪기묘록속집≫·≪기묘록별집≫은 ≪대동야승≫에 수록되어 있다. 국립중앙도서관에 소장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