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이잡가(十二雜歌)는 경기잡가(京畿雜歌) 가운데 좌창(坐唱) 방식의 12가지 잡가(雜歌)이다. 「유산가(遊山歌)」, 「적벽가(赤壁歌)」, 「제비가(鷰子歌)」, 「집장가(執杖歌)」, 「소춘향가(小春香歌)」, 「선유가(船遊歌)」, 「평양가(平壤歌)」, 「형장가(刑杖歌)」 등의 8잡가, 「달거리」, 「십장가(十杖歌)」, 「방물가(方物歌)」, 「출인가(出引歌)」 등의 잡잡가(雜雜歌) 4편을 합쳐 부르는 명칭이다. 19세기 후반 서울 사계(四契)축 소리꾼, 삼패기생(三牌妓生)들이 부르기 시작하면서 널리 퍼졌다.
이 노래들은 도드리장단이나 세마치장단으로 부르고, 선율은 경토리와 수심가토리가 섞여 있다. 19세기 후반 서울 사계(四契)축 소리꾼이나 삼패기생(三牌妓生)들이 부르기 시작하면서 유명해졌다.
「유산가(遊山歌)」는 한국의 절경을 중국의 명승지와 여러 고사(古事)를 비교하면서 진행된다. 노랫말은 봄철에 아름다운 산천을 구경 가자는 내용으로 시작해서 산천의 수려한 풍경을 묘사하는 내용이 이어진다. 한문 구절이 많이 등장하는 전반부는 유사한 선율이 반복된다. 의성어와 의태어를 활용하여 자연 경관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후반부는 음악적 변화가 다채롭게 나타난다. 구성음은 ‘레 · 미 · (솔) · 라 · 도 · 레'’이며, '라'는 요성을 하고 종지음으로도 사용되는데, 이런 형태는 경기소리보다 서도소리에 가깝다.
「적벽가(赤壁歌)」의 내용은 『삼국지연의』 소재 「 화용도(華容道)」이다. 전체 17절로 구성되어 있는데, 내용은 해설자 역할의 지문, 조조의 애걸, 관우의 변(辯), 조조의 재차 애걸 등 네 부분으로 나뉜다. 「적벽가」는 수심가토리로 진행되되, 중간중간에 경토리가 활용된다.
「제비가(鷰子歌)」는 여러 종류의 새를 구체적으로 묘사한 노래이다. 앞부분은 판소리 「춘향가」의 ‘긴사랑가’, 뒷부분은 「흥보가」의 ‘제비 후리러 나가는 대목’과 관련이 있고, 끝부분은 남도 「새타령」의 한 구절을 차용했다. 「제비가」는 다른 경기잡가에 비해 비약적인 가락과 시김새가 돋보이며, 곡조와 리듬의 변화가 다양하다.
「집장가(執杖歌)」는 판소리 「춘향가」 중 부임한 신관 사또가 춘향이의 수청 거부를 이유로 매질하는 내용이다. 우쭐거리며 무지막지하게 행동하는 집장군노(執杖軍奴)와 연약한 춘향이의 대구(對句)가 잘 활용되었다.
「소춘향가(小春香歌)」는 판소리 「춘향가」의 토막소리를 경기 십이잡가로 재구성한 노래이다. 전반부는 춘향이가 이 도령에게 자신의 집 가르쳐 주기, 후반부는 이에 대한 이도령의 연정(戀情)이 중심 내용이다. 「소춘향가」는 사설 길이가 짧은 편이지만 곡의 구성력이 뛰어나고 사설의 말부침새가 어렵다. 구어체와 한자 어구의 빈번한 사용, 대구와 과장 등 판소리와 유사한 표현 방식이 활용된다.
「선유가(船遊歌)」의 특징은 당시 유행하던 유명한 노랫말의 나열이다. 전체적으로는 이별과 관련된 구절들이 많이 활용된다. “가세 가세 자네 가세 가세 가세 놀러 가세”와 “동삼월 계삼월 회양도 봉봉 돌아를 오소 아나 월선이 돈 받소”와 같이, 두 가지 후렴이 활용된 것도 이 노래의 특징이다.
「평양가(平壤歌)」는 연정(戀情)과 유흥(遊興)이 주된 내용이고, 각 내용이 4~5연으로 구성된다. 이 노래는 사설 내용과 상관없이, 전체적으로 같은 선율이 일정한 장단에 맞춰 반복된다. 곡의 클라이맥스를 제외하고도 장음으로 뻗어 주는 선율이 반복되는 노래는 「평양가」가 유일하다.
「형장가(刑杖歌)」는 판소리 「춘향가」 중에서 춘향이 매를 맞고 흐느껴 우는 대목이 중심 내용이다. 춘향을 동정하는 내용으로 시작하고, 후반부에는 춘향의 푸념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가창자들은 「집장가」, 「십장가」, 「형장가」 순으로 노래를 부른다.
「달거리」는 「월령가」, 「적수단신가」, 「매화타령」이 조합된 노래이다. 전반부는 부모 봉양과 효의 중요성을 노래한 「 사친가(思親歌)」의 내용을 차용했고, 후반부는 임을 그리워하는 내용을 노래하였다. 이 노래는 십이잡가 중에서 상행 종지, 하행 종지, 평행 종지의 모든 종지 형태가 나타나는 유일한 곡이다.
「십장가(十杖歌)」의 중심 내용은 판소리 「춘향가」 가운데 옥에 갇혀 있던 춘향에게 집장 사령이 매질하는 대목이다. 후렴구가 따로 없지만 “~ 맞고 하는 말이”라는 구절이 사설 앞부분에 반복된다. 이 사설이 반복되면서 선율도 반복된다. 단조로운 음으로 선율이 진행되는 편이다.
「방물가(方物歌)」는 판소리 「춘향가」 중 「사랑가」 대목과 관련이 있다. 한양 낭군에게 “날 다려 가오”라고 호소하는 여성 화자와 그를 달래며 온갖 방물을 주겠다며 달래는 낭군의 노랫말이 대화체로 진행된다.
「출인가(出引歌)」는 판소리 「춘향가」에서 따 온 오리정 이별 대목, 남녀 간 이별의 슬픔, 인생무상 등 세 부분으로 구성된다. 다음 내용으로 전환될 때 “놀고 가세~ 나고 너고만 놀고 가세”라는 후렴구가 활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