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로기략』은 조선 후기 문신 정윤용이 백두산을 중심으로 한 함경도 국경 지대의 사실을 모아 수록한 병서이다. 4권 4책의 필사본이다. 함경도 일대를 돌아보고 관방의 중요성을 느껴 지은 것으로 추정된다. 권1에는 산천총요(山川總要)·관방을, 권2에는 성적(聖蹟)·주군지를 수록하였다. 권3에는 함경도 지방이 옛 숙신씨의 땅이라는 것과 주군의 연혁, 변방 정책 등 역사적 사실들을 적고 있다. 권4는 부록으로 이 지방의 군정·행정·교육·문화 등 전반을 적은 것이다. 이 책은 조선시대의 국방·외교·인문·지리 관계의 중요한 자료이다.
편차 및 내용을 보면, 권1에는 산천총요(山川總要) · 관방으로 나누어 수록하였다. 산천총요조에는 백두산의 지형과 백두산정계비에 대한 전후 사실을 적고 있다. 이 항목에서는 정상기(鄭尙驥)의 『농포지도(農圃地圖)』, 홍양호(洪良浩)의 『삭방기(朔方記)』 등의 여러 기록을 인용, 설명하였다. 「관방」조에는 경흥(慶興) · 회령(會寧) 등 국경 지대의 성지(城池) · 진보(鎭堡) · 영로(嶺路) · 봉수 · 해로 · 도리(道里) 등에 관한 것을 망라해 기록하고 있다.
권2에는 성적(聖蹟) · 주군지(州郡志)로 나누어 수록하였다. 「성적」조에는 조선 태조가 이 지방에서 출생해 활동하던 상황과 태조의 선조인 목조(穆祖) 등 4조(祖)의 사적을 기술하고 있다. 그리고 ‘성지(聖地)’라는 제목 아래 덕원(德源) · 함흥(咸興) 등 8개 군의 연혁과 전주 이씨와의 관계를 적고 있다.
「주군지」조에는 산천 · 이사(里社) · 호구(戶口) · 전부(田賦) · 고적(古蹟) · 인물 등을 약술하였다. 그리고 끝에 함흥 · 관북의 10경(景) 등 도내 명승을 소개하고 있는데, 『동국여지승람』 읍지의 기술체와 동일하다.
권3에는 숙신씨(肅愼氏) · 주군연혁 · 척변(拓邊) · 변호(邊胡) · 인호(隣胡) · 청인시기(淸人始起) · 관시(關市) · 해구(海寇) 등으로 나누어 수록하였다. 여기에서는 함경도 지방이 옛 숙신씨의 땅이라는 것과 그 뒤 고구려 · 신라 · 고려로 내려오는 동안의 주군의 연혁, 변방 정책, 호족(胡族) · 청인(淸人)의 내력, 왜구(倭寇)의 침입 등 역사적 사실들을 적고 있다.
이 중에 「변호」조에는 여진(女眞) · 야인(野人)으로 나누어 적었고, 총록(總錄)에는 이들이 침입한 사실을 적고 있다. 「인호」조에는 달달(達達) · 몽고 · 요심(遼瀋) 등 북방민의 사정을, 「청인시기」조에는 만주 일대에 있는 여진족의 융성과 그 세력의 확장 과정 등을 약술하였다. 「관시」조에는 교역에 관한 내역이 있다. 「해구」조에는 왜구의 침입 과정과 그 피해상, 이 지방의 의병 활동을 적은 것으로 임진왜란의 사료이다.
권4는 부록으로 관제 · 풍속 · 부역 · 군제 · 변금(邊禁) · 학교 등으로 나누어 이 지방의 군정 · 행정 · 교육 · 문화 등 전반에 걸쳐 적은 것이다. 관제의 특수성, 풍속의 더럽고 추잡함, 학교의 미비, 특히 군제의 다양함에 대해 비교적 상술하였다. 「변금」조에는 월경(越境)의 금지, 농민이 몰래 도강(渡江)하는 상황 등이 기재되어 있다.
이 책은 여러 전적에서 그 항목에 필요한 대로 적절히 인용하였다. 또 자기가 현지에서 직접 보고 듣고 느낀 사실을 ‘안(按)’이라 하여 덧붙이고 있다. 이런 만큼 본인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된 저술이다.
함경도 지방에 관한 기록으로는 홍양호의 『북새기략(北塞紀略)』 등이 있으나, 이 책도 그에 못지 않은 자료로서 조선시대의 국방 · 외교 · 인문 · 지리관계의 중요한 자료이다. 규장각도서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