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의 인적 사항에 관해 알 수 있는 자료는 전혀 없다. 다만 이 책 중에 매부인 조석형(趙錫馨, 1598∼1656)에 대해 쓴 제문이 있어서 저자의 활동 연대와 교우 관계를 짐작할 수 있을 뿐이다. 서문과 발문이 없어 필사 연대를 알 수 없다.
1책. 필사본. 연세대학교 도서관에 있다.
시 473수, 제문 5편, 명 1편이 수록되어 있다. 시가 대부분을 차지하는데, 오언절구·칠언절구·오언율시·칠언율시·오언배율·칠언배율·오언고시·칠언고시 등 다양한 형식을 구비하고 있다. 내용 면에서도 서정과 낭만이 풍부하다.
오언절구의 「희증금강기아설낭가인(戱贈錦江妓兒雪娘佳人)」과 칠언절구의 「취중희점증기설죽(醉中戱占贈妓雪竹)」은 염정(艶情)을 노래한 시로 ‘눈[雪]’에서 얻은 심상(心象)을 함축적 의미의 시어(詩語)로 형상화시킨 고도의 표현 기법이 뛰어나다.
「증운상인(贈雲上人)」·「제승축이수(題僧軸二首)」 등은 저자의 불교적 취향이 담긴 시로, 산사(山寺)의 고적(孤寂)한 풍정(風情)을 묘사하였다. 칠언절구에는 「과풍류도(過風流島)」·「과안면도(過安眠島)」·「과죽도(過竹島)」·「과한산사(過寒山寺)」 등 노정의 풍경을 읊은 시가 많다.
칠언율시의 「금강산작(金剛山作)」은 비로봉(毘盧峰)에 올라 눈앞에 펼쳐진 광활한 경관을 노래한 것으로 신비적 세계를 동경하는 뜻이 담겨져 있다. 「상별(傷別)」·「탄세(歎世)」등은 이별의 슬픔과 세사(世事)의 혼탁함을 한탄한 시이다. 저자의 인생에 대한 갈등과 고민이 나타나 있다.
「강루문적(江樓聞笛)」·「강촌즉사(江村卽事)」·「백마강(白馬江)」·「문농가(聞農歌)」·「전가즉사(田家卽事)」·「환가대국만음(還家對菊漫吟)」등은 전원 풍경을 읊은 시이다. 한거자적의 원숙한 경지를 나타내고 있다. 고란사(皐蘭寺)를 소재로 권필(權韠)·이안눌(李安訥)의 시를 차운(次韻)한 것과 두보(杜甫)의 「영계칙(咏鷄鶒)」을 차운한 것은 높은 수준의 기교를 보여 준다.
저자의 시는 대체적으로 사장파(詞章派)의 특징적 요소를 갖추고 있어 당시의 문학적 경향과 시사연구(詩史硏究)에 참고 자료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