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령체는 작품의 형식이 1년 열두 달의 순서에 따라 구성된 시가이다. 달거리 계통과 월령체 계통의 시가로 크게 구별된다. 달거리 계통은 매 연마다 달을 걸어 달이 한 장면을 이루면서 순서대로 구성하되 상사의 정을 내용으로 하는 유락적 서정 민요 계통이다. 월령체 계통은 매 월의 정령이나 의식 농가의 생산 활동과 관련된 내용을 서술하는 권농 또는 농촌의 풍속과 삶의 현장을 담은 실용적 교술 가사 계통이다. 달거리 계통은 양식이 발전하여 타령류와 숫자요를 파생시켰으며, 월령체 계통은 권농을 주제로 하는 교술적인 한시와 산문문학을 파생시켰다.
이는 다시 ' 달거리’ 계통의 시가와 ‘월령체’ 계통의 시가로 크게 구별된다. ‘달거리’ 계통의 시가는 1월부터 12월까지 매연마다 달을 걸어 달이 한 장면을 이루면서, 달의 순서에 따라 구성하되 상사의 정을 내용으로 한다. ‘월령체’ 계통의 시가는 매월의 정령(政令)이나 의식, 농가의 행사 · 수렵 · 채집 등 생산활동과 관련된 내용을 1년 12개월의 행할 바 임무에 따라 서술한다. ‘달거리’와 ‘월령체’는 구분되는 개념이지만 서로 혼용하여 쓰기도 한다.
달거리 계통의 시가에는 고려속요인 「동동(動動)」을 비롯하여 『청구영언(靑丘永言)』에 전하는 「관등가(觀燈歌)」, 규방가사의 하나로 전하는 「사친가(思親歌)」 및 청상요(靑孀謠)라 이름 붙인 여러 편의 달거리 구전민요(달거리 민요만 지칭할 때, ‘달풀이’라는 명칭을 쓰기도 한다.)가 전한다. 이밖에 규방가사인 「과부가(寡婦歌)」와 고소설 「흥부전」에 삽입가요로 전하는 ‘달거리’ 등도 달거리 계통의 시가에 속한다.
월령체 계통의 시가에는 고상안(高尙顔)의 「농가월령(農家月令)」, 유효통(兪孝通)의 「향약채취월령(鄕藥採取月令)」, 박세당(朴世堂)의 「전가월령(田家月令)」, 정학유(丁學游)의 「농가월령가(農家月令歌)」, 이기원(李基遠)의 「농가월령(農家月令)」 등의 가사 작품이 있다.
한편, 김극기(金克己)의 「전가사시(田家四詩)」나 성현(成俔)의 「전가사십이수(田家四十二首)」 등의 한시도 사계절에 걸친 달의 순서에 따라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문학적 전통이나 시적 기능 및 내용면에서 달거리나 월령체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는다. 또, 민요 가운데 「달풀이」라는 어희요(語戱謠)는 “정월에는 정 치고 이월에는 이 앓고……”식으로 ‘정(正)-정(鉦)’, ‘이(二)-이[齒]’를 연결시켜 말장난에 의한 웃음을 불러일으키는 이외의 의미는 없어, 달거리 계통과는 구별된다.
‘달거리’와 ‘월령체’, 두 계통의 특징을 비교해보면 먼저 노래 양식의 연원에 있어서 ① 달거리는 중국의 「돈황곡십이월상사(敦煌曲十二月相思)」에 맥을 대고 있다. 그러나 ② 월령체는 『시경』의 「빈풍(豳風)」이나 『여씨춘추』 및 『예기』의 월령과 맥이 닿는다. 장르와 주제면에서 볼 때 ①은 상사(想思)의 정을 중심내용으로 하는 서정민요 계통이며, ②는 권농(勸農)이나 농촌의 풍속과 삶의 현장을 담은 교술가사 계통이다. 작자의 측면에서 ①은 공동작의 성향이 강하며, ②는 개인창작 시가로 한정된다.
형식면에서도 ‘달거리’와 ‘월령체’는 비교되는 특징을 갖는다. ‘달거리’는 서련(序聯)이 없는 것이 원칙이지만(동동의 경우 서련은 민요가 궁중의 속악가사로 재편되면서 뒤에 덧붙여진 것으로 보임.), ‘월령체’는 서련이 반드시 있다. 또, ①은 후렴구가 있으나 ②는 없다. 본련(本聯)의 구성에 있어서도 ①은 매월의 절일(節日)로 시작되어(예: 정월 상원, 유월 유두, 팔월 추석 등) 그것이 임을 그리워하는 매체가 되고 기념일적 성격을 가진다. 그러나 ②는 매월의 절후로 시작되어(예: 정월 입춘 · 우수, 이월 경칩 · 춘분 등) 그것이 농가행사의 농사력(農事曆) 구실을 한다.
등장인물의 면에서 ① ‘달거리’는 화자인 ‘나’가 임 · 어버이 · 아버지 · 낭군 · 벗 등 고정적 인물을 청자로 설정하여 서술하는 반면, ② ‘월령체’에서는 그러한 고정적 청자를 설정하는 경우가 전혀 없다. 두 계통의 표현과 어법을 비교해 볼 때 ①은 ‘∼ㄴ가(∼ㄴ고), ∼ㄴ구나, ∼이여, ∼어라’ 등 영탄적 어미와 수사적 의문형이 대부분이어서 어조가 정감적이다. 이에 반하여, ②는 ‘∼하지 마라(∼하지마소), ∼하소(∼하세), ∼ㄹ세라, ∼하자, ∼하라’ 등 청유형이나 명령형 어법이 대부분이어서 어조가 명령적 · 경계적(警戒的) · 권고적인 경향을 보인다. 작품의 중심 소재가 되고 있는 세시풍속은 ‘달거리’ 계통의 시가에서는 상사의 정을 자아내는 계기가 되며 따라서 회피적이고 부정적으로 다루고 있다. 그러나, ‘월령체’ 계통의 시가에서는 소망을 주고 생산활동에 리듬을 주는 참여적이고 긍정적인 면으로 다루고 있다.
이들 가요가 어떠한 기능을 했는가를 살펴볼 때, 먼저 ‘달거리’는 월운제의(月運祭儀) 혹은 역서제의(曆書祭儀)와 관련지어 이해할 수 있다. 즉, 달거리노래가 그러한 제의에 병행되었을 가능성이 있는데, 일년 열두달의 조짐을 미리 점치고 그로써 열두달을 새롭게 창조하는 신년 벽두의 제의 때 불려진 의식요로 본다. 따라서 노래 속의 절일이 부정적 · 회피적으로 드러나는 것은 열두달의 그러한 액운을 먼저 드러내어 모방함으로써 미리 신년 벽두에 액땜을 하자는 적극적인 주술성에 기인하는 것이다. 그러나 달거리 계통의 가요가 월운제의에 병행된 주술성을 가진 노래라는 견해를 뒷받침해줄 만한 실증적 사례는 아직 발견되지 않고 있다.
‘월령체’는 농민을 애휼하고 격려하며 농사일을 독려하자는 지배계층의 정치적 목적이 내재되어 있다. 따라서, 농촌풍속에 관한 묘사가 아주 흥미롭게 구체화되어 있는 반면에 농민들의 고난에 찬 삶이나 비탄의 모습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을 두지 않는다. 오직 부지런히 일하여 농사를 잘 지으면 생활을 안정시킬 수 있다고 하면서 다소 이상적이고 관념적인 삶의 방도를 제시할 뿐이다.
결론적으로, 이들 가요의 성격을 대비해 보면, ‘달거리’는 오랜 역사를 가진 서정민요의 계통을 이었고, ‘월령체’는 지배계층의 하층민 교화를 위한 의도적인 개인창작 시가라는 성격을 지녔다. 그러나 둘 다 농민의 생활을 일정하게 반영하며, 세시기(歲時記)의 성격을 가진다는 점에 공통성이 있다. 또한, ‘달거리’는 모두 같이 즐기는 명절날을 맞이하니 임을 여읜 슬픔과 고독이 더욱 절실하게 느껴진다는 인간의 가장 보편적인 주제를 담은 애절한 연가이며, 민요의 연가 중에서도 특히 중요한 양식의 하나이다. 반면 ‘월령체’는 지배계층의 문학이면서도 농민에 대한 이해와 친근감을 나타내고 농사를 권장하려는 의도를 역설하는 데 특히 효과적인 양식이다.
‘달거리’는 양식이 발전하여 타령류와 숫자요(數字謠)를 파생시켰으며, ‘월령체’는 권농을 주제로 하는 교술적인 한시와 산문문학을 파생시켰다. 또, ‘달거리’는 유락적(遊樂的)인 문학으로, ‘월령체’는 실용적인 문학으로 그 성격이 대비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