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덕전등록』을 편찬한 도원은 북송의 승려이나 생몰년이나 가계 등에 대해서는 알려져 있지 않다. 동오(東吳) 출신으로 전한다. 법안종 승려 천태 덕소(天台德昭)를 계승했다고 하며 소주(蘇州) 승천사(承天寺)에 머물렀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1614년(광해군 6)에 충청도 은진 불명산 쌍계사(雙溪寺)에서 간행된 완본이 동국대학교 중앙도서관에 소장되어 있다. 권수에는 송에서 양억(楊億)이 지은 서문과, 1372년(공민왕 21)에 이색이 공민왕의 명으로 지은 서문이 수록되어 있다. 책 말에는 간기와 시주질(施主秩)이 확인된다. 책 크기는 30cm×20㎝이며 12행 20자이다. 계선(界線)은 없다. 광곽(匡郭)은 사주단변(四周單邊)에 반곽(半郭)이며 크기는 19.5cm×15.4㎝이다. 주는 쌍행으로 수록했다. 1614년 쌍계사본은 목판 전체가 해인사 사간판전(寺刊板殿)에 보관되어 있다.
그 외에 1536년(중종 31) 지리산 신흥사(神興寺)본, 1551년(명종 6) 강원도 금강산 표훈사(表訓寺)본, 1568년(선조 1) 평안도 순안 법흥사(法興寺)본, 1573년(선조 6) 평안도 순안 법흥사(法興寺)본, 1682년(숙종 8) 평안도 영변 묘향산 보현사(普賢寺)본 등이 전한다.
모두 30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권1~권26까지는 과거칠불(過去七佛)로부터 역대 선종의 조사들, 오가(五家) 52세(世)에 이르기까지 1,701명에 대한 기록이 수록되어 있다. 이 가운데 기록이 포함된 인물은 951명이며, 나머지는 이름만 수록되어 있다. 권27에는 보지(寶誌), 선혜(善慧), 혜사(慧思), 지의(智顗), 승가(僧伽), 법운(法雲), 풍간(豐干), 한산(寒山), 습득(拾得), 포대(布袋) 등 10명의 응화현성(應化賢聖)에 관한 전기와 함께 여러 선문(禪門)에서 중요시했던 말들을 수록하였다. 권28에는 혜충(慧忠) 등 12명의 광어(廣語)가 수록되었다. 권29에는 지공화상대승찬(誌公和尙大乘讚) 10수 등 찬(讚), 송(頌), 게(偈), 시(詩)가 수록되어 있다. 권30에는 신심명(信心銘)을 비롯하여 명(銘), 기(記), 잠(箴), 가(歌) 24편을 수록하였다.
『경덕전등록』에는 중국에 유학했던 우리나라 선승들의 전등 기록도 있어 가치가 매우 크다. 권9권21에는 신라 승려들이 수록되어 있고, 권2426에는 고려 선승이 기록되어 있다. 권별로 살펴보면 권9에는 도의(道義), 혜철(慧徹), 홍척(洪陟), 무염(無染), 현욱(玄昱), 각체(覺體) 등 6명이 수록되어 있다. 권10에는 도균(道均), 품일(品日), 가지(迦智), 충언(忠彦), 대모(大茅) 등 5명이 수록되어 있다. 권11에는 언충(彦忠), 권12에는 순지(順支), 지리산(智異山) 화상 등 2명이 수록되어 있다. 권16에는 흠충(欽忠), 행적(行寂), 낭(朗), 청허(淸虛) 등 4명, 권17에는 금장(金藏), 청원(淸院), 와룡(臥龍), 서암(瑞巖), 박암(泊巖), 대령(大嶺) 등 5명이 수록되어 있다. 권19에는 대무위(大無爲), 권20에는 운주(雲住), 경유(慶猷), 혜(慧) 등 3명이, 권21에는 구산(龜山)이 수록되어 있다. 권24에는 설악 영광(雪嶽令光), 권25 도봉 혜거(道峯慧炬), 권26에는 영감(靈鑒), 혜홍(慧洪)이 수록되어 있어 모두 33명의 신라와 고려 선승을 확인할 수 있다. 대부분은 이름만 수록되어 있지만, 권17의 와룡, 서암, 박암, 대령, 권21의 구산 화상, 권24 고려 설악 영광, 권25 도봉 혜거, 권26 영감 등 네 명은 기록도 전하고 있다.
『경덕전등록』은 사자상승(師資相承)의 계보를 밝힌 선종의 전등서이자 선의 역사를 기록한 책일 뿐만 아니라, 조사들의 열전(列傳)으로서의 성격, 어록 및 공안집으로서의 성격도 가지고 있다. 고려시대 수용된 이래 조선 전기에는 『경국대전(經國大典)』에 제시된 승과 과목에 포함되었다. 또한 조선 후기 성립한 승가의 교육 과정인 이력 과정의 마지막 단계인 대교과(大敎科)에 포함되어 있어 고려와 조선의 불교계에서 기본적인 선서로 중시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