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선원은 통일신라 말에 선종(禪宗)이 전래된 이후 설치되어, 승려 양성에 중요한 수행 기관으로서 큰 구실을 하여 왔다. 사찰 내에서는 선당(禪堂) · 선방(禪房) · 좌선당(坐禪堂)이라고도 한다.
그 유래는 석가모니 당시의 비구(比丘)들이 우기(雨期) 이외에는 한 곳에 살지 않고 탁발(托鉢)을 계속하다가, 우기가 되면 작은 벌레나 초목들을 밟아 상하지 않게 하기 위하여 외출을 금하고 한 곳에 머물며 안거(安居) 한 것에서 연유한다.
당시에는 4월 15일부터 7월 15일까지 3개월 동안에는 좌선(坐禪)을 하거나 교리(敎理)를 연구하게 되어 있었다. 그 뒤의 부파 불교 및 중국 불교에서는 불교 교단이 일정한 사원과 토지 등을 소유하고 그 재산으로 생활할 수 있게 됨에 따라 탁발을 꼭 하지 않아도 되었다. 연중 사원에 상주하며 선(禪)과 경론(經論) 등을 자유롭게 연구할 수 있게 됨에 따라 10월 16일부터 이듬해 정월 15일까지 한 차례 더 동안거(冬安居)를 실시하게 되었다.
이 안거의 전통을 선종에서 이어받아 선원은 중요한 수행 기관으로서의 구실을 하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신라 말에 선종이 생겨남과 동시에 전국에 수많은 선원이 세워졌고, 여름과 겨울의 안거를 인정하여 실시하였다. 그중 하안거(夏安居)를 정법(正法)이라 하여 법랍(法臘)은 이로써만 인정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다. 하안거는 4월 15일에 시작하여 7월 15일에 끝내고, 동안거는 10월 15일에 시작하여 1월 15일에 끝나도록 하였다. 그리고 결제안거(結制安居) 90일을 법랍 1세로 하고, 법랍은 하안거의 수에 의하여 계산하도록 하되, 다만 본사(本寺)의 허락을 얻으면 동안거도 법랍에 가산할 수가 있었다.
선원의 교육 목표는 불교의 진리를 좌선을 통해서 내관(內觀) 하고 스스로 살펴 자기의 심성(心性)을 철견(徹見)함으로써 자증 삼매(自證三昧)의 묘한 경지를 체달하여 견성성불(見性成佛) 하며 중생 제도를 하는 데 있다. 따라서 일정한 교육 기간이 정해져 있는 강원(講院)과는 달리 선원은 평생 교육 기관으로서의 의의가 더 컸다.
더욱이 고려 중기 보조국사(普照國師) 지눌(知訥)이 수선사(修禪社)를 세우고 정혜쌍수(定慧雙修)의 학설을 주장한 이래, 조선 중기에 이르러서 강원은 선원의 예비문으로서의 구실을 하게 되어 강원 수료자가 선원에 들어가 평생 수행을 하기도 했다. 이 당시 선원에 들어갈 수 있는 자격은 강원의 사교과(四敎科)와 대교과(大敎科)를 수료하여 비구계(比丘戒)를 받은 20세 이상이 된 자에게 부여되었다.
선원의 조직은 강원의 조직과 거의 같다. 선원은 방장(方丈) 또는 조실(祖室)의 지휘 아래 운영되었는데, 그 아래 책임자로서 선주(禪主)를 둔다. 이 선주는 선덕(禪德) 또는 수좌(首座)라고도 하며, 방장이 겸하는 경우도 있다.
선주 밑에는 내호법반(內護法班)으로 입승(立繩) · 유나(維那) · 시불(侍佛) · 병법(秉法) · 헌식(獻食) · 사찰(司察) · 시경(時警) · 시자(侍者) · 간병(看病) · 지객(知客) · 정통(淨桶) · 정두(淨頭) · 삭두(削頭) · 마호(磨糊) · 종두(鐘頭) · 봉다(奉茶)를 두었다. 또한 외호법반(外護法班)으로는 원주(院主) · 별좌(別座) · 미감(米監) · 서기(書記) · 원두(園頭) · 채공(菜供) · 공사(供司) · 부목(負木) 등을 두었다.
특수 조직으로는 조실 · 열중(悅衆) · 선백(禪伯) · 지전(知殿) · 지객 · 원두 · 간병 · 반두(飯頭) · 정인(淨人) · 서기 · 전다(煎茶) · 채두(菜頭) · 자두(紫頭) · 별좌 · 도감(都監) · 원주 · 화주(化主) 등을 둔다.
이들 중 중요 직책의 임무를 간추려 보면 선주는 정법을 거양(擧揚)하며 선원의 모든 일을 지휘한다. 수좌는 선주를 보좌하고 참선과 염불을 지도하며 선주가 출타할 때에는 이를 대리한다. 입승은 선중(禪衆)을 통괄하고 유나는 내외호법원(內外護法員)을 돕고 사중(寺中)의 일체 집무를 사찰한다. 시불은 법요(法要)를 집행하고, 병법은 불공과 시식(施食)을 담당하며, 사찰은 5일씩 윤번제로 하여 묵언 규칙(默言規則)을 엄히 준수한다. 시경은 일정한 시간마다 고성으로 때를 알리고 대중의 도심(道心)을 견고하게 하는 임무를 담당한다.
선원에서의 하루 수행 시간은 8시간 이상으로 하는 것이 원칙으로 되어 있다. 「조선승려수선제요(朝鮮僧侶修禪提要)」에 의하면 해인사 퇴설당(堆雪堂) 선원은 하안거 때 8시간, 동안거 때 11시간, 월정사 및 범어사의 선원은 하안거 · 동안거 모두 10시간, 대원사(大源寺)는 8시간, 파계사(把溪寺)는 6시간으로 되어 있다.
수행 방법은 ‘자선자수(自禪自修) · 자력자식(自力自食)’을 기본으로 하며, 안거는 좌선을 위주로 하되 선리(禪理)를 연구하고 대소승률(大小乘律)을 가르치기도 하였다.
선원 수행의 습독서(習讀書)로는 『금강경』 · 『능엄경(楞嚴經)』 · 『선요(禪要)』 · 『절요(節要)』 · 『도서(都序)』 · 『서장(書狀)』 · 『치문(緇門)』 · 『자경문(自警文)』 · 『초심(初心)』 · 『염송(拈頌)』 등이 채택되었고, 권장 경전으로는 『화엄경』 · 『원각경(圓覺經)』 · 『법화경』 · 『기신론(起信論)』 등을 배우기도 하였다.
결제의 시작 7일, 해제 직전의 7일, 결제와 해제의 중간인 반산림(半山林) 때의 7일 동안은 전혀 잠을 자지 않고 용맹 정진하며, 매월 1일과 15일에는 조실이 상당(上堂) 하여 설법을 하게 되어 있다. 조실의 설법 중에는 일체의 질문이 허락되지 않았으며, 의심이 있을 때는 설법이 끝난 뒤 방장실(方丈室)에 들어가 질문할 수 있도록 하였다.
또한 선원의 청규(淸規)는 엄하여 파계(破戒) · 사행(邪行) 등 모든 폐습이 일체 엄금된다. 안거 기간 중에는 일체 동구(洞口)에 나갈 수 없으며, 오직 부모나 스승의 중병이나 사망 시, 그밖의 부득이한 일이 있을 때만 조실의 허락을 얻어 외출할 수 있다. 만약 선원 자체에서 정한 규칙을 준수하지 않았을 경우에는 세 차례 권유하고 이에 불응하면 퇴방시키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이와 같은 선원의 생활 전통은 현재에도 상당 부분 준수되고 있다. 그러나 현재는 승가 교육이 전통 강원이 아닌 현대식 승가 대학 체제로 운영되는 한편, 포교를 수행의 방편으로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옛날처럼 강원의 대교과를 마친 뒤 선원에 들어가는 전통은 점차 사라지고 있다. 그리하여 강원의 모든 과정을 마치고 선원에 들어가서 20 하안거를 수행하고 법랍이 20년 이상 되어야만 얻을 수 있던 대선사(大禪師) · 대교사(大敎師)의 당호(堂號)나 10년의 법랍이 있어야만 될 수 있는 주지의 자격은 현재 지켜지지 않고 있다.
현존하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선원은 해인사 · 범어사 · 통도사 · 통도사 극락암 · 봉암사(鳳巖寺) · 송광사 · 망월사 · 상원사(上院寺) · 내원사 · 석남사(石南寺) · 대원사 등에 있으며, 이곳에서 공부하는 수행승들에 의하여 우리나라 불교의 전통이 이어지고 있다.
대한불교조계종은 선원을 기본 선원과 전문 선원으로 구분한다. 기본 선원은 사미(니)계를 수지한 자가 입방할 수 있으며 수습 기간은 4년으로 하고 있다. 전문 선원은 일반 선원, 총림 선원, 특별 선원으로 구분한다. 일반 선원은 기본 선원이나 총림 선원이 아닌 정규 안거 선원이다. 총림 선원은 총림에 위치하고 있는 비구 선원이다. 특별 선원은 결사 선원, 산문 폐쇄 선원, 연수 선원으로 구분한다. 총무 원장은 특별 선원 중에서 종립 선원을 지정할 수 있는데 대한불교조계종의 종립 선원은 봉암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