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의(酒食是儀)』는 은진송씨(恩津宋氏) 동춘당(同春堂) 송준길(宋浚吉)의 손자 수오재(守迕齋) 송병하(宋炳夏)의 문중에서 세전(世傳) 되어 온 음식 조리서이다. 저자는 동춘당 송준길의 9대손인 지돈녕부사 송영로(宋永老, 18031881)의 부인 연안이씨(延安李氏, 18041860)로 전해진다. 연안이씨는 사어(司馭) 이현응(李顯應)의 딸로, 송영로와 혼인하여 3남 1녀를 두었다. 며느리 여흥민씨(驪興閔氏)와 주고받은 한글편지가 30여 건이 남아 있어 『주식시의』와 더불어 송준길가의 생활 문화를 엿볼 수 있는 자료로 평가받고 있다.
『주식시의』는 가로 14.5㎝, 세로 25.0㎝ 크기로 오침선장본(五針線裝本)이다. 책의 분량은 총 40장이며, 한글 필사본 1책이다. 표지 서명은 ‘酒食是儀 全’으로 묵서되어 있고, 권두 서명은 없다. ‘주식시의’는 ‘술과 음식에 대한 바른 법도’라는 의미로, 『시경(詩經)』 소아(小雅) 사간(斯干)에 여자의 본분을 적은 대목에 나오는 문구이다. 책의 한 면에는 910줄, 한 줄에는 2022자가 필사되어 있다. 서문, 필사기, 필사자에 관한 기록은 없다. 책에는 음식 조리 관련이 96항이고 산모 관리와 염색법이 3항으로, 모두 99항이 기록되어 있다. 『주식시의』는 대전선사박물관(유물번호: sgt640)에 소장되어 있다.
『주식시의』에는 2~3가지의 필체가 있고, 조주법(造酒法)이 몇 차례로 나눠 기록되고 감향주(甘香酒)가 중복된 점, 삼합미음(三合米飮)과 열구자탕(熱口子湯)도 두 번씩 중복 기록된 점으로 보아 연안이씨 외 후손들에 의해 몇 차례 부기된 것으로 보인다. 은진송씨 송준길가는 호서 삼대족(湖西三大族)이라 불릴 만큼 호서 지역에서 노론(老論)의 구심점 역할을 하던 명망 높은 가문이었다. 그러므로송준길가는 많은 유학자들과 빈번하게 교류하였고, 의례(儀禮)와 접빈객(接賓客)을 위한 음식 장만은 집안 여성들의 중요한 책무였을 것이다. 저자는 송준길가로 시집와서 집안 내림 음식을 익히고 후손들에게 전수하기 위해 조리 방법을 기록한 것으로 보인다.
『주식시의』에는 음식을 조리하는 법과 술을 빚고 장(醬)을 담그는 법, 재료를 다루는 법이 96항 기록되어 있다. 책에는 주식류 12항, 찬물류(饌物類) 48항, 떡류 14항, 과자류 2항, 음청류(飮淸類) 3항, 양념류 5항, 주류(酒類) 8항, 재료 다루는 법 4항이 실려 있다. 그러나 낙지볶기 만드는 법에는 낙지찜을 하는 법이, 동가침채에는 동치미를 활용한 생치김치나 냉면을 만드는 법이, 약과를 만드는 법에는 만두과와 다식과를 만드는 법이, 앵두편에는 복분자편 만드는 법이 설명되어 있다. 그러므로 『주식시의』에는 100여 가지가 넘는 음식 조리법과 식품을 다루는 법이 수록되어 있는 셈이다.
또 승기악탕(勝妓樂湯) 조리법 설명에서는 ‘금중탕 만들 듯이 하는데’처럼 다른 음식명을 들어 크기나 모양, 조리 순서의 이해를 도왔다. 주식류에는 죽, 국수, 만두를 만드는 법이 실렸고, 찬물류에는 찜이 10종으로 가장 많았고, 전과 구이류, 김치와 장아찌류가 각각 7종씩이었다. 술을 빚는 법에는 두견주(杜鵑酒)나 과하주(過夏酒), 송순주(松荀酒)로 응용할 수 있는 별별약주법(別別藥酒法)과 매화 · 연화 · 국화 · 유자 등을 이용한 화향입주방(花香入酒方)을 소개하였다. 양념류는 4종의 장 담는 법과 장 담는 길일을 기록하였다. 조리법 외에도 생선이나 게를 다루는 법과 황구(黃狗)와 흑구(黑狗)를 가려 쓰는 방법 등 재료 손질과 갈무리 방법을 기록하였다. 『주식시의』에 기록된 음식 중 도라지찜, 낙지볶기, 전골채소, 외상문채 등은 이 책에만 기록된 독특한 조리법이었다.
『주식시의』는 호서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사대부가에서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음식 조리 방법 외에도 산모에게 필요한 민간요법과 염색법 등 생활사에 관련된 자료도 함께 기록되어 있어 조선 후기 생활사 연구에 긴요하다. 특히 조선 후기 송준길가는 인현왕후(仁顯王后) 민씨(閔氏)를 비롯하여 여러 명의 왕비를 배출하였기에, 『주식시의』는 궁과 사대부가의 음식 교류 흔적을 엿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이기도 하다. 『주식시의』 기록 중 송순주는 오늘날까지 이어져 현재 대전광역시 ‘송순주’ 무형유산으로 지정되어 전승되고 있다. 또한 '연안이씨가 각색편(延安李氏家各色䭏)'도 대전광역시 무형유산으로 지정된 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