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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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죽어도 그 업(業)에 따라 육도(六道)의 세상에서 생사를 거듭한다는 불교교리. 힌두교교리.
• 본 항목의 내용은 해당 분야 전문가의 추천을 통해 선정된 집필자의 학술적 견해로 한국학중앙연구원의 공식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내용 요약

윤회는 인간이 죽어도 그 업에 따라 육도의 세상에서 생사를 거듭한다는 불교교리이다. 힌두교교리이기도 하다. 여섯 가지 세상은 가장 고통이 심한 지옥도, 굶주림의 고통이 심한 아귀도, 짐승과 새·고시·벌레·뱀들이 사는 축생도, 노여움이 가득한 아수라도, 인간이 사는 인도, 행복이 두루 갖추어진 천도 등이다. 인간은 현세에서 저지른 업에 따라 죽은 뒤에 다시 여섯 세계 중 한 곳에 태어나 내세를 누리며, 그 내세에 사는 동안 저지른 업에 따라 내내세에 태어나는 윤회를 계속한다. 윤회는 열반과 극락 왕생을 통해서만 멈추어진다. 윤회설은 사람들의 현세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목차
정의
인간이 죽어도 그 업(業)에 따라 육도(六道)의 세상에서 생사를 거듭한다는 불교교리. 힌두교교리.
내용

생명이 있는 것은 여섯 가지의 세상에 번갈아 태어나고 죽어 간다는 것으로 이를 육도윤회(六道輪廻)라고 한다. 육도 중 첫째는 지옥도(地獄道)로서 가장 고통이 심한 세상이다. 지옥에 태어난 이들은 심한 육체적 고통을 받는다. 둘째는 아귀도(餓鬼道)이다. 지옥보다는 육체적인 고통을 덜 받으나 반면에 굶주림의 고통을 심하게 받는다. 셋째는 축생도(畜生道)로서, 네 발 달린 짐승을 비롯하여 새 · 고기 · 벌레 · 뱀까지도 모두 포함된다. 넷째는 아수라도(阿修羅道)이다. 노여움이 가득찬 세상으로서, 남의 잘못을 철저하게 따지고 들추고 규탄하는 사람은 이 세계에 태어나게 된다. 다섯째는 인간이 사는 인도(人道)이고, 여섯째는 행복이 두루 갖추어진 하늘 세계의 천도(天道)이다. 곧 인간은 현세에서 저지른 에 따라 죽은 뒤에 다시 여섯 세계 중의 한 곳에서 내세를 누리며, 다시 그 내세에 사는 동안 저지른 업에 따라 내내세에 태어나는 윤회를 계속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윤회의 여섯 세상에는 절대적인 영원이란 없다. 수명이 다하고 업이 다하면 지옥에서 다시 인간도로, 천국에서 아귀도로 몸을 바꾸어서 태어난다. 곧 육도의 세계에서 유한의 생을 번갈아 유지한다는 것이 불교의 윤회관이다. 이 윤회는 철저하게 스스로 지은 대로 받는다는 자업자득에 기초를 두고 있다. 스스로 착한 일을 하였으면 착한 결과를 받고, 악한 일을 하였으면 악한 결과를 받는(善因善果惡因惡果) 자기책임적인 것이다. 자기가 지은 바를 회피할 수도 없고 누가 대신 받을 수도 없다. 오직 자기가 지은 업의 결과에 따라서 다른 세계로의 향상(向上)과 향하(向下)가 가능할 뿐이므로, 언제나 새로운 세계를 창조할 수 있는 자율적인 의지와 실천이 강조되는 것이다. 이러한 윤회는 윤리도덕적인 측면, 즉 권선징악적인 차원에서 특히 강조되어 왔다.

그러나 불교에서는 권선징악을 넘어선 해탈의 차원에서 이 윤회설이 강조되었다. 윤회한다는 것은 결국 괴로움이므로 영원히 윤회에서 벗어나는 열반이나 극락의 왕생 등을 보다 중요시하였던 것이다. 따라서 이 한 생에서 다음 생이 어떻게 전개되는가 하는 데 대한 관심보다, 현실의 삶에서 한 생각 한 생각을 깊이 다스려서 언제나 고요한 열반의 세계나 불국토(佛國土)에 있는 것과 같은 상태를 유지하고 점검하도록 하는 데 치중하였다. 그리고 현재의 마음이 번뇌로 가득차 있는 것이 곧 지옥이고, 탐욕으로 가득차 있는 것이 아귀이며, 어리석음으로 가득차 있는 것이 축생이라고 보는 등, 이 순간의 마음가짐에 따라서 끊임없이 육도를 윤회한다고 보았다.

특히, 신라의 원효(元曉)는 윤회의 원인을 일심(一心)에 대한 미혹이라고 보았다. 그는 『대승기신론소(大乘起信論疏)』에서, “일심 외에 다시 별다른 법이 없으나 다만 무명(無明)으로 말미암아 스스로 일심을 알지 못하고 갖가지 파도를 일으켜서 육도를 윤회한다.”고 하였다. 곧 일심을 깨달을 때 윤회를 면하여 해탈할 수 있음을 밝힌 것이다.

『삼국유사(三國遺事)』에도 윤회에 대한 기록은 풍부하게 보이고 있는데, 일반인을 교화시키는 데 가장 설득력이 강하였던 사상이 윤회설임을 증명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리고 윤회에 관한 이야기들은 중생의 교화를 위해서 가장 널리 이용되었다. 『삼국유사』의 사복불언(蛇福不言)에 보면, 남편 없이 아들만을 기르던 한 과부가 죽었다. 열 두살이 되도록 말도 못하고 기동도 하지 못하였던 아들 사복고선사(高仙寺)로 원효를 찾아와서 함께 장례를 치르자고 하였다. 원효는 “그대와 내가 전생에 불경을 싣고 다니던 암소가 죽었으니 같이 가서 장사를 지내자.”고 하였다. 곧 과부 어머니는 전생에 소였던 것이다.

또, 「혜통항룡(惠通降龍)」에도 윤회사상이 그대로 나타나 있다. 당나라에서 병을 내고 다니던 교룡(蛟龍)은 혜통의 신술에 쫓겨 신라 땅으로 가서 횡포를 부리고 다녔다. 이에 정공(鄭恭)이 당나라에 가서 혜통을 모셔와 용을 쫓아보내자, 앙심을 품은 용은 정씨 집 앞에 한 그루의 버드나무로 환생하였다. 원한을 품은 용의 환생인 줄을 모르는 정씨는 이 버드나무를 무척 애지중지하였다. 그 뒤 신문왕이 죽어 장례행차를 하는데 이 버드나무가 지장을 주게 되자 베어버릴 것을 명하였다. 그러나 “내 목은 베어도 이 나무만은 벨 수 없다.”고 하면서 정공이 버티자 왕은 격분하여 정공의 목을 베고 그 집을 묻어버렸다. 버드나무로 환생한 용이 이렇게 원한을 푼 것이다.

또, 경주 불국사를 지은 김대성(金大城)은 전생에 가난한 집에 살았던 불심이 돈독한 아이였다. 몹시 가난하였지만 어머니의 허락을 받아 내세의 행복을 기원하면서 전답을 모두 법회에 보시(布施)한 뒤에 죽었다. 이 아이가 죽은 바로 그 순간에 정승 김문량(金文亮)은 그 아이가 대성이라는 아기로 환생할 것이라는 계시를 받는다. 그 뒤 그의 아내가 임신하여 아이를 낳았는데, 주먹 안에 ‘대성’ 두 글자가 새겨진 금간자(金簡子)를 쥐고 태어났다. 자라서 재상이 된 김대성은 현생의 부모를 위하여 불국사를 지었고, 전생의 부모를 위하여 현재의 석굴암인 석불사(石佛寺)를 지었다.

이와 같이 신라시대에는 전생과 내생이 현세와 밀접하게 연결되는 윤회사상이 토착화되어 민중의 의식구조를 형성하였다. 나아가 왜구에 시달린 문무왕은 죽어서 용이 되어 호국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수중릉(水中陵)을 만들게 하였으며, 김유신은 죽어서 삼십삼천(三十三天)의 신이 되어 신라를 돌보았다고 한다. 이러한 이야기는 윤회사상이 호국사상에까지 결부될 수 있었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윤회사상은 고려시대에도 크게 유행하였다. 고려 공양왕 때 개성에 전염병이 크게 나돌아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 그 중에는 겨우 다섯 살된 눈먼 아이만을 남겨놓고 부모가 죽어버린 집도 있었다. 그 집에서는 개 한 마리를 기르고 있었는데, 부모가 죽어 아이가 굶주리게 되자, 이 개가 눈먼 동자에게 꼬리를 잡게 하여 마을의 집들을 다니면서 걸식할 수 있도록 하고, 밥을 다 먹고 나면 샘가로 데리고 가서 물을 먹여주기까지 하였다. 이 소문이 조정에 알려지자 어명으로 개에게 정3품의 벼슬을 내렸다. 또한, 마을에서는 이 개가 자비로운 보살이 윤회 환생한 것이라고 하여 개가 지나가는 것을 보면 모든 사람들이 합장하여 절을 올렸다고 한다.

그러나 고려시대에는 직접 선행과 수행을 닦아 좋은 세상에 태어나기를 바라는 면보다는 기복의식 등을 통하여 내세를 기약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와 같은 그릇된 실천 때문에 불교의 윤회설은 고려 말기와 조선 초기에 유생들로부터 크게 비판을 받게 되었다. 그 대표적인 것으로는 정도전(鄭道傳)『불씨잡변(佛氏雜辨)』이다. 정도전은 성리학의 이론을 바탕으로 죽고 나면 아무 것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하여 윤회설의 기본사상이 되는 영혼불멸설을 부인하였다. 또, 남효온(南孝溫)은 그의 「귀신론(鬼神論)」에서 불교의 윤회설을 유교의 이기설(理氣說)로 비판하고, 죽은 뒤에는 아무 것도 없음을 주장하였다.

이에 대하여 조선 초기의 고승 기화(己和)『현정론(顯正論)』을 저술하여 윤회설의 도덕성 · 사회성 등을 피력하였다. “천당과 지옥이 설사 없고 육도윤회가 전혀 없다고 할지라도 사람들은 그러한 말을 듣고 천당을 생각하여 선을 좇고, 지옥을 두려워하여 악을 버리게 되는 것이니, 윤회설은 백성을 교화하는 데 있어 그 이익이 막대한 것이다. 하물며 천당과 지옥 등의 육도가 정말로 존재한다면 선한 사람은 반드시 천당에 오르고 악한 사람은 반드시 지옥에 떨어지게 될 것이다. 이런 것을 듣고 착한 사람은 더욱 선에 힘써서 천당의 낙을 누리려는 것이요, 악한 사람은 악을 그쳐서 지옥에 들어감을 면하려고 할 것이다. 그런데도 굳이 윤회설을 배척해서 망령된 것이라고 할 이유가 어디 있는가.”

그러나 이와 같은 논란과는 달리 조선시대에도 사대부 계층을 제외한 서민 대중들은 신라시대 이래의 뿌리깊은 윤회설을 깊이 신봉하였다. 특히, 윤회전생의 시간적 계기가 되는 죽음에 관한 민속에는 윤회관이 큰 영향을 미쳤다. 육체는 현세에서 사라져 없어지는 현세적 부속물이고, 윤회전생하는 주체는 혼이다. 그러기에 숨이 끊어지면 가족들은 재빨리 망인의 저고리를 들고 지붕 위로 올라가서 그 저고리를 흔들며 육체를 떠나가는 혼, 윤회전생의 주체를 불러들여야 한다. 이를 초혼(招魂)이라 한다. 그 주체를 불러들여 보다 좋은 세상으로 전생(轉生)하게끔 공을 들일 시간을 벌기 위하여 이와 같은 초혼 습속이 생겨난 것이다.

그리고 남존사상(男尊思想)을 유지하기 위하여 부녀자를 억압하는 데에도 윤회설은 이용되었다. 걸핏하면 아내에게 손찌검을 하거나 후려치는 악한 남편이라 할지라도 윤회설은 이를 구제하고 있다. 이런 남편은 전생에 한 마리의 소였고, 아내는 전생에 그 소의 주인이었으며, 전생에 주인이 소를 가혹하게 부렸기 때문에 얻어맞는 아내가 된 것이라고 합리화시켰던 것이다. 또, 나쁜 버릇을 고치는 금기교육(禁忌敎育)에도 윤회설은 큰 역할을 하였다. ‘눈을 너무 흘기면 가자미가 된다.’, ‘손 든 날 장사를 치르면 망령(죽은 영혼)이 여우가 된다.’, ‘처녀 죽은 시체를 네거리에 묻지 않으면 구렁이가 된다.’, ‘고기뼈를 핥아 먹으면 죽어서 강아지가 된다.’ 이와 같은 금기들은 윤회설에 입각하여 일상의 바람직하지 못한 버릇을 못하게 바로잡아 왔던 것이다.

그리고 소외되기 쉽고 불행한 사람을 마을 전체가 감싸고 위하고 도와주는 힘의 근원으로서 윤회설이 작용하기도 하였다. 동해안 어촌에서는 백치(白痴)가 죽으면 내세에 오징어 임금님이 되어서 많은 신하들을 이끌고 고향에 되돌아온다고 하였다. 이 윤회설에 의하여 오징어잡이로 반년 먹을 것을 마련하는 어민들은 백치를 소중히 여기고 보살피지 않을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오징어떼를 몰고 귀향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애꾸를 놀리거나 소외시키면 그 한이 맺혀서 내세에 늑대나 멧돼지가 되어 놀려먹은 사람의 후손을 해치거나 그 집 전답을 해친다고 한 것도 같은 의미를 지닌다. 소외되기 쉽고 버림받게 마련인 장애자를 인간애로써 감싸게 한 것이 바로 불교에서 비롯되어 서민층에까지 체질화된 윤회설인 것이다.

불교의 윤회설은 고전소설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심청전」이다. 아버지 심봉사의 눈을 뜨게 하기 위하여 공양미 300석에 몸을 팔아 인당수에 뛰어들 수밖에 없었던 심청은 용궁에 윤회전생을 한다. 용궁에서 호사스럽게 3년을 보내다가 옥황상제의 명령으로 인간계로 다시 윤회전생한다. 한 송이 연꽃으로 인당수에 떠오르자 뱃사람들이 연꽃을 건져 송나라 황제에게 바쳤고 황제는 왕비로 맞게 된다는 내용이다.

「장화홍련전」에서도 계모의 간계로 장화와 홍련이 원한을 품고 죽게 되는데, 옥황상제가 그 원한을 통촉하여 다시 인간세상에 태어나게 해주고 있다. 장화와 홍련의 아버지가 꿈에서 그 윤회의 계시를 받고 부인에게 두 딸이 다시 태어날 조짐이라 하였으며, 그 뒤 딸 쌍둥이를 낳게 되었다. 「왕랑반혼전(王郎返魂傳)」도 윤회설을 주제로 한 대표적인 소설이다. 지옥도에 빠지게 될 남편을 구하기 위하여 10년 전에 죽은 그의 아내 송씨가 꿈 속에 나타난다. 그리하여 아미타불을 염불함으로써 염라대왕의 용서를 받고 아내와 더불어 인간세상에 다시 환생하게 된다. 그러나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왕랑은 현세에 돌아와 의지할 육체가 있지만, 10년 전에 죽은 송씨는 의지할 육체가 없어 때마침 죽어가고 있던 월씨국(月氏國)의 한 공주의 육체에 의지하여 환생을 한다. 이렇게 윤회전생한 두 부부가 열심히 불교를 믿어 극락세계로 왕생한다는 것이 이 소설의 줄거리이다.

그리고 윤회설은 설화 속에 가장 왕성하게 살아 있다. 한 가난한 과부가 오누이를 남기고 죽었다. 염라대왕은 그 과부가 현세에서 가난하게 살아 명승고적도 구경하지 못한 채 저승으로 온 것을 불쌍히 여겨 개로 환생시켜서 오누이가 사는 집으로 돌려보낸다. 살기 어려운 아들은 이 개를 잡아먹으려 든다. 이때에 한 승려가 찾아와서 그 개는 어머니가 환생한 것이라고 가르쳐준다. 아들은 크게 뉘우치고 그 개를 업고 명승지 유람에 나선다. 돌아오는 도중에 개는 이제 소원을 풀었다고 하면서 스스로 무덤을 파고 들어가 죽는다. 이와 같이 윤회전생과 관련된 설화는 수없이 많다.

불교의 대표적인 의식도 이 윤회설을 그 바탕으로 삼고 있다. 수륙재(水陸齋)는 한 맺힌 고혼들을 좋은 세상에 태어나게 하는 의식이며, 예수재(豫修齋)는 내세에 좋은 곳에 태어날 것을 살아 있을 때 미리 기원하는 의식이다. 특히, 사십구재(四十九齋)는 윤회사상에 의하여 생겨난 가장 대표적인 의식이다. 돌아가신 부모가 지옥이나 아귀도나 축생도에 빠지지 않을까 하는 불안이 추선(追善)의 불사(佛事)인 사십구재를 상례 속에 도입되게 한 것이다.

윤회설은 현세에 사는 사람들에게 악을 배제시키고 선을 취하게 하는 데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우리의 역사가 법이나 규범의 제약 없이도 평화롭게 살아온 데는 이 윤회사상의 영향이 적지 않았으며, 현재에도 우리 민족의 마음속에는 윤회사상이 크게 지배하고 있다.

참고문헌

『삼국유사(三國遺事)』
『고려사(高麗史)』
『대승기신론소(大乘起信論疏)』(원효)
『현정론(顯正論)』(기화)
「윤회관」(이규태, 『불교사상』 6, 불교사상사, 19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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