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역사적으로 대륙에 인접한 중국 및 바다를 건너 일본과 오랫동안 교섭을 하며 살아왔기 때문에, 문화재에 해당하는 물품들을 교역품으로 또는 선물로 주고받아 왔다. 통일신라시대의 유물을 많이 소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일본의 쇼소원[正倉院] 소장품도 이러한 맥락에서 파악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중국에도 상당한 분량의 우리 문화재가 있을 것이나 정확하게 알려진 것은 극히 드물다. 전하는 바에 의하면 고려시대 금으로 쓴 불경이 북경(北京)의 고궁박물원에 전시되어 있다고 한다.
우리의 문화재는 끊임없이 이어졌던 외국의 침략과 내란으로 인하여 파괴되고 또 약탈당하였다. 경주의 황룡사에 있던 목조 9층탑은 13세기 몽고의 침입 때 소실되어, 우리 나라에는 통일신라시대의 웅장하였던 목탑이 하나도 남아 있지 않다.
16, 17세기에는 40여 년 간격으로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겪으면서 수많은 문화재가 불타버리거나 약탈당하였다. 특히, 임진왜란 중 일본은 전투 부대 이외에 우리의 문화재를 약탈할 목적으로 이른바 6부라는 특수 부대를 파견하였다.
도서·공예·포로·금속·보물·축부 등 6부의 요원들은 전투 부대의 후방에서 우리의 문화재를 조직적으로 약탈하였고 수많은 도공들을 포로로 잡아갔다. 이 도공들이 뒤에 일본의 도자기 문화를 꽃피게 하는 데 주역을 담당하였음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또한 우리의 궁궐·사찰·향교 등의 건축물을 불태우고 그 안에 보관 중이던 동산 문화재, 특히 서화·도자기·공예품을 빼앗아 갔다. 이들이 강탈해 간 문화재의 숫자는 아직도 밝혀지고 있지 않다. 그러나 육중한 석탑이나 범종까지 실어간 것을 보면 반출하기 쉬운 문화재는 얼마나 많이 가져갔는지 가히 짐작할 수 있다.
다른 동산 문화재는 산산이 흩어졌으나 우리의 서적과 고문서는 여러 문고로 구분되어 아직도 일본에 보관되어 있다. 이처럼 문고에 수집되어 알려진 이외에도 일본의 박물관·도서관·사찰·개인 등의 소장품에는 많은 우리 나라의 서적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일본이 본격적으로 우리의 문화재를 수탈해 간 기간은 일제 강점기를 전후한 40여 년간이었다. 관리들뿐만 아니라 기간 산업의 요직에 있던 많은 일본인들까지 우리 나라 문화재를 강제로 빼앗거나 도굴꾼을 시켜 매장 문화재를 약탈하였다.
이들의 약탈이 철저하게 조직적으로 수행되었음은, 현재 국내에는 고려시대의 우수한 불화가 거의 남아 있지 않으나 일본에는 알려진 것만도 80여 점이 넘는다는 사실로 반증된다.
일본 나라(奈良) 소재 야마토문화관(大和文華館)이 1978년에 주최한 ‘특별전―고려불화전’에는 우리 나라의 불화 53점과 17점의 사경이 전시되어 큰 주목을 끌었다. 현재 일본에 알려진 우리 나라 유물의 수집품은 구 오쿠라(小倉武之助)콜렉션과 아다카(安宅)콜렉션으로 알려진 것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전자는 동경국립박물관에 기증되어 1982년 그 목록이 출판되고 특별전이 열렸다. 이 목록에 따르면 고고 자료 557점, 조각 49점, 금속 공예품 128점, 도자기 130점, 목칠 공예품 44점, 서적 26점, 염직 25점, 민속품 2점 등 총 1,030점으로 그 질과 양의 면에서 우리 나라 밖에 있는 수집품 중에서는 단연 제1급이다.
다음으로는 도자기 전문 수집품인 아다카콜렉션을 들 수 있다. 이 수집품은 총 793점이 1982년 대판부립동양도자미술관(大阪府立東洋陶磁美術館)으로 넘어갔다. 아사미문고[淺見倫太郎文庫]라고 알려진 한적의 수집품은 1950년 미국의 한 대학 도서관으로 팔려가기도 하였다. 이 밖에도 국·공·사립 박물관과 도서관·사찰·개인이 소장하고 있는 우리의 문화재는 부지기수일 것이다.
일본 다음으로 우리 나라 문화재를 많이 가지고 있는 나라들은 미국·프랑스·독일·영국·덴마크를 들 수 있다. 이들 나라들은 대부분 한말 우리 나라에 공관을 개설하였던 열강들로, 외교관·선교사·상인 등을 통하여 우리의 문화재와 민속 자료들을 수집해 갔다. 러시아의 국립극동박물관에도 상당한 우리 나라 문화재가 소장되어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이들 나라들이 가지고 있는 우리의 문화재는 그 질이나 양에 있어서 몇몇 특수한 예외를 빼면 일본에 있는 것과 비교가 안 된다. 예를 들면, 프랑스의 파리국립도서관에 소장되어 있는 『직지심경』은 금속 활자로 인쇄된 세계 최고(最古)의 활자본으로 유명하다.
미국의 박물관·도서관·개인이 소장하고 있는 유물 중 1945년 이후에 한미간의 특수한 관계로 인해서 반출된 것이 많다. 외교 행낭이 문화재 밀반출의 주범이라는 말이 있듯이, 이 중 상당한 분량은 불법적으로 반출되었을 것이다. 특히, 1950년대 후반기부터 1960년대 중반기까지 우리 나라에서 외교관을 지냈던 인사들이 적지 않은 개인 콜렉션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