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당집(阮堂集)』 권1에 수록되어 있다. 내용은 성인(聖人)의 도는 지극히 평이하다. 그런데 유자들이 불교가 오묘하고 지극하다고 해서 이기(理氣)의 논의로 배격한다면 이는 자신도 모르게 이단인 불교로 빠져드는 것이다.
성인의 도가 만세불역(萬世不易)으로서 이단과 구별되는 까닭은 곧 예(禮)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안연(顔淵)이 인(仁)을 묻자 공자가 극기복례(克己復禮)라 대답을 하였다. 또, 인을 행하는 조목을 묻자 예가 아니면 보지도, 듣지도, 말하지도, 움직이지도 말라고 대답을 하였다. 이에 안연은 “공자께서 나를 문(文)으로 넓히시고, 예로 간략히(約) 하신다.”고 하였다. 이로 보면 박문약례(博文約禮)를 통해서만 인(仁)을 이룰 수 있으며 이단과 구별될 수 있다고 하는 것이다.
이 글은 김정희의 불교에 대한 유교적 자세가 주된 내용으로, 이(理)나 기(氣)로 불교를 배척하는 태도를 지양할 것을 강조한 것이다. 그리고 예를 중시하여 유교의 최대 목표인 인을 실현하고자 하였다.
이 글은 정도전(鄭道傳)을 중심으로 한 전기 배불론자(排佛論者)들이 형이상학적인 이기론으로 불교를 배척한데 반해, 실천윤리인 예를 통하여 불교를 배척한 김정희의 사상적인 입장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자료이다. 아울러 말유(末儒)들이 공허한 이론에 치우쳐 불교와 유교의 유사한 용어에 관한 개념 파악 없이 유불을 논하는 자세에 대한 비판도 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