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휘론은 일정한 범위에 사용하는 단어들을 특정한 관점에서 연구하는 학문이다. 사전편찬술과 언어 현실을 설명하는 어휘론, 언어를 통하여 사회현상까지 설명하는 어휘론으로 나뉜다. 사전 편찬은 사전을 어떤 기준에서 어떤 용도에 맞게 편찬하느냐 하는 데 따라 연구하고 검토할 것이 있으므로 어휘론의 기초 부분을 담당한다. 어휘의 형태 부분에 초점을 두는 연구인 조어론은 음운론·형태론·통사론의 측면에서 연구가 진행되었다. 어휘의 의미 부분에 초점이 맞추어진 연구는 어휘의 기원, 어휘 의미 사이의 관계, 의미의 변천, 어휘와 사회와의 관계에 관한 것들로 나눌 수 있다.
흔히 음운론 및 통사론과 대립되는 연구 분야를 가리킨다. 어휘를 분류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째는 사전을 편찬하기 위해 현재 사용되고 있는 모든 단어들을 조사 · 수집하기도 하고, 또 문헌 자료를 면밀히 검토하여 단어들을 수집하는 일이며, 둘째는 국어의 현상을 여러 각도에서 해석하고 이해하기 위해 단어들을 수집, 분류하는 것이다.
첫째 방법에서는 수집된 단어들을 한글 자모순으로 배열하고 그 뜻을 풀이하는 것으로, 사명이 끝나기 때문에 사전편찬술이라 하여 학문연구 분야에서 제외시킬 수도 있으나 사전을 어떤 기준에서 어떤 용도에 맞게 편찬하느냐 하는 데 따라 연구하고 검토할 것이 있으므로 어휘론의 기초 부분을 담당한다고 보는 것이 좋다.
둘째 방법은 다시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다. 첫째는 언어 자체의 구조와 기능을 설명하기 위한 어휘론이고, 둘째는 언어를 통해 사회적 현상까지 설명하고 해석하려는 어휘론이다.
이 두 가지 어휘론이 반드시 분명하게 나뉘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언어 현실의 충실한 기술을 목적으로 하는 어휘론에서는 어휘의 구조, 형성 과정, 어형의 교체, 어휘의 음운 배열규칙 등 주로 어휘의 형태를 연구대상으로 하는 반면에, 사회현상까지도 설명해 보려는 어휘론에서는 어휘의 계열, 어휘의 기원과 변천, 어휘의 사회계층별 차이 등을 어휘의 의미와 관련시켜 연구한다. 국어어휘론도 이상과 같은 어휘론의 모든 분야가 골고루 연구되어 왔다.
국어사전의 기원은 조선시대 17세기에 본격적으로 시작된 유해류(類解類)의 간행에서 비롯된다고 볼 수 있으나, 『역어유해(譯語類解)』 · 『왜어유해(倭語類解)』 · 『동문유해(同文類解)』 등은 원래 외국어를 배우기 위해 마련한 어휘집이므로 참다운 의미에서 국어사전 편찬의 범위에 드는 것은 아니다.
다만, 유희(柳僖)의 『물명고(物名攷)』 같은 책이 국어사전 편찬의 초기 형태로 볼 수 있다. 우리말을 표제어(標題語)로 한 최초의 현대적인 국어사전은 1886년 프랑스 선교사에 의해 만들어진 『한불ᄌᆞ뎐(韓佛字典)』이라고 할 수 있다.
그 뒤 조선총독부의 『조선어사전(朝鮮語辭典)』(1920), 문세영(文世榮)의 『조선어사전』(1939), 한글학회의 『우리말큰사전』(1957), 신기철(申琦澈) · 신용철(申瑢澈)의 『표준국어사전』(1958), 이희승(李熙昇)의 『국어대사전』(1961) 등이 연이어 출간되었다.
이 중에서 문세영의 사전은 최초로 한국 사람의 손에 의해 만들어진 사전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는 책이다. 한글학회의 사전은 그 학회가 발족된 일제 치하 1930년대 초반부터 사전 편찬이 시작되어 1942년에 탈고했으나 오랫동안 햇빛을 보지 못하다가 1957년에 가서야 완간을 보게 된 기구한 편찬 과정 때문에 특별한 관심을 모으는 책이다.
한편, 특수사전이라고 할 수 있는 동의어사전(同義語辭典) · 반의어사전(反意語辭典) · 동음어사전(同音語辭典) 같은 것들은 1980년대 후반에 와서 간행되기 시작하였다. 예를 들면, 김광해(金光海)의 『유의어 · 반의어 사전』(1987), 남영신의 『우리말분류사전』(1988) 등이 그것이다.
조선시대의 어휘만을 모은 것으로는 방종현(方鍾鉉)의 『고어재료사전(古語材料辭典)』(전후집, 1946∼1947)을 필두로 하여 남광우(南廣祐)의 『고어사전(古語辭典)』(1960)과 유창돈(劉昌惇)의 『이조어사전(李朝語辭典)』(1964)이 간행되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조선시대 어휘집들은 15세기에서 19세기에 걸치는 500년간의 어휘를 함께 묶어 놓은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는 좀더 자세하게 시대가 나누어진 발전된 사전이 요구되고 있다.
국어 어휘의 형태 부분에 초점이 맞추어진 연구는 대개 조어론(造語論)이라는 이름 아래 연구가 진행되어 온 것으로, 음운론 · 형태론 · 통사론의 관점으로 나누어 살펴보는 것이 좋다. 단어의 음운 배열원칙, 같은 의미의 단어가 각기 다른 지역에서 서로 다른 형태를 가지고 있을 경우 그 음운론적 유사성, 단어의 시대 흐름에 따른 형태의 변화 등은 어휘를 연구의 자료로만 삼기 때문에 전통적으로 음운론의 범위에 포함시켜 왔다. 다만, 어떤 단어(어간)에서 자음이나 모음이 교체됨으로써 새로운 뜻을 가진 단어가 만들어질 경우의 문제는 조어론에 포함시켜 연구하였다.
형태론과 관련된 조어연구에서는 어휘의 형성방법을 파생법(派生法)과 합성법(合成法)으로 나누어 고찰하였다. 파생법은 어간에 접두사나 접미사를 결합하여 새로운 단어를 만드는 방법이며, 합성법은 대등한 두 개의 어간이 결합하여 새로운 단어를 만드는 방법이다. 어떤 경우에는 하나의 단어에 합성법과 파생법이 모두 동원되기도 한다. 이전의 국어조어론은 대체로 이와 같은 파생법과 합성법의 양상을 자세히 해명하는 것이었다.
통사론과 관련된 조어론에서는 어떤 단어가 통사적 동기에 의해 품사를 바꿀 때 일어나는 품사전성(品詞轉成)의 문제를 다룬다. 국어에서 이러한 품사전성의 방법으로는 영변화(零變化) · 접미법(接尾法) 및 반복법(反復法)이 주목을 받아 왔다. 영변화는 어떤 단어의 어간이 통사적 기능을 달리하는 다른 품사로 바뀌어도 음장(音長)이나 억양을 포함하여 형태상으로 아무런 변화를 입지 않는 경우를 가리킨다(예:명사 ‘신[靴]’과 동사어간 ‘신-다[着靴]’를 비교했을 때 동사어간 ‘신- ’을 명사 ‘신’의 품사전성에 의한 새로운 단어의 형성이라고 본다면 이것은 영변화가 됨).
접미법은 접미사에 의한 파생법의 하나로 국어의 품사전성방법의 중심을 이루고 있다. 국어의 접미사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하나는 어간에 결합하여 새로운 단어를 만들 때 품사를 바꾸지 않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통사론적 접미법에서 취급되는 접미사들로서 어간에 결합하여 새로운 단어를 만들 때 품사를 바꾸는 접미사들이다.
후자에 속하는 접미사들은 그것들의 미묘한 통사적 기능 때문에 깊은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동사나 형용사의 용언 어간으로부터 명사를 만들 때 쓰이는 접미사에 ‘-개, -애, -이, -ㅇ, -ㅁ, -기’ 등이 있으며, 명사나 어근(語根)에 결합하여 용언 어간을 만드는 접미사에 ‘-하-, -스럽-, -브-, -업-, -답-’ 등이 있고, 동사 어간에 결합하여 통사구조를 달리하는 새로운 동사 어간을 만드는 접미사에 사동 및 피동의 ‘-이-, -히-, -기-, -리-, -우-, -구-, -추-’등이 있다. 명사로부터 부사를 만들 때 쓰이는 접미사에는 ‘-껏, -소, -내, -이’ 등이 있고, 용언을 부사로 만들 때 쓰이는 접미사에는 ‘-이, -오-우, -아 · -어’ 등이 있다.
국어어휘론에서는 이상과 같은 접미사의 목록을 체계화하고 그들 접미사의 의미기능을 면밀하게 밝히는 작업이 매우 비중이 큰 과제로 되어 있다.
국어 어휘의 의미 부분에 초점이 맞추어진 연구는 어휘의 기원(起源), 어휘 의미 사이의 관계, 의미의 변천, 어휘와 사회와의 관계에 관한 것들로 나누어 볼 수 있다. 국어 어휘의 기원에 관한 연구는 고유어와 외래어를 구분하는 작업으로부터 국어 어휘체계 안에서 한자어의 특성을 밝히는 문제, 어원을 밝히는 문제 등 다양하다.
외래어는 19세기 말을 분기점으로 하여 그 이전은 차용어(借用語)라는 용어로 통용되었으며 현대 국어에 속하는 20세기에 외국으로부터 들어온 어휘만을 외래어라는 용어로 지칭해 왔다.
초기의 차용어 연구는 고려시대의 몽고 차용어에 대한 관심에서 시작되었다. 말[馬]과 매[鷹]를 중심으로 한 군사용어가 고려시대 몽고 차용어의 주요 부분을 차지한다. 이러한 어휘는 당시의 역사적 사실을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현대 국어에까지 생명을 유지하고 있는 대표적인 몽고 차용어로는 색채를 나타내는 ‘보라’일 것이다. ‘보라매[秋鷹]’라는 매의 이름에서 분리되어 오늘날 색채의 이름으로 쓰이고 있다.
그 뒤 조선시대에 들어와 그 초기부터 18세기에 걸쳐 중국에서 물건과 함께 들어온 복식(服飾) · 포백(布帛) · 기명(器皿) · 식물(食物) 등에 관한 근세 중국어 차용어가 밝혀졌으며, 또 그보다 아주 이른 시기에 일찍이 중국과 문화적으로 접촉함으로써 자연히 국어어휘 속에 끼여들어 전혀 차용어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 어휘에 대해서도 연구되었다.
그리하여 ‘붓[筆]’ · ‘적, 제[時]’, ‘자[尺]’, ‘적-[記錄]’, ‘스-[書]’ 등과 같은 어휘가 상당히 이른 시기에 중국에서 들어온 차용어임이 밝혀졌다. 따라서 이러한 차용어 연구는 어원을 밝히는 작업과도 깊은 관계를 갖게 되며, 한편으로는 문헌에 의해 들어오는 간접 차용의 문제와도 밀접한 관련을 갖는다.
20세기 이후의 외래어는 일본어에서의 차용과 서양 여러 언어에서 직접 차용했거나 일본을 거쳐 차용한 어휘가 연구의 대상이 된다. 국어의 어원 연구는 훈민정음의 창제가 15세기에 와서야 이루어졌기 때문에 그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데는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 한때는 역사학자들에 의해 성급하고도 무모한 어원 연구가 이루어지기도 하였다. 앞으로는 보다 면밀한 방법론, 예컨대 알타이계 여러 언어와의 어원 연구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한편, 현존하는 문헌을 정확하게 해석하는 어휘 주석(註釋)에 대한 연구도 어원 연구의 한 분야를 형성한다. 즉, 한자 차용표기(借用表記)에 의한 향가의 연구나, 『계림유사(鷄林類事)』 · 『조선관역어(朝鮮館譯語)』 연구는 특정한 어휘의 일대기(一代記)를 밝히는 데 기여할 뿐만 아니라, 어원을 밝히는 데에도 공헌할 수 있다.
어휘 의미의 관계에 관한 연구로는 동음어 · 유음어(類音語) · 쌍형어(雙形語) 등 의미를 주안점으로 하면서도 형태와 관련시킨 어휘 연구가 있고, 동의어 · 유의어(類義語) · 반의어 등 순전히 의미관계만을 집중적으로 다루는 어휘 연구가 있다.
이러한 어휘 의미의 연구에서 가장 크게 문제가 되는 것은 고유어와 한자어 사이의 관계이다. 한자어는 기원적으로는 차용어이지만 상당 부분이 고유어나 다름없이 되었다. 그러면서도 고유어로 취급할 수 없는 특이성 때문에 각별한 주의를 필요로 한다. 이들 연구는 다시 두 가지 방향의 연구를 유도한다. 그 하나는 어휘 의미가 시대의 흐름에 따라 어떻게 변화했는가를 고찰하는 통시적 연구(通時的硏究)이고, 다른 하나는 한 시대에 어떤 사회계층이나 집단에 의해 사용되었느냐 하는 것을 살피는 공시적 연구(共時的硏究)이다.
통시적 어휘 연구는 개별 단어들의 일대기인 어지(語誌) 같은 것을 만들게 되며, 그러한 과정에서 한 시대의 사회적 · 역사적 사실을 밝히기도 한다. 어휘의 의미 변화는 대개 서양 학자들의 분류방법에 의해 국어의 예를 찾아내는 정도에 머물고 있다.
유추(類推) · 단축(短縮) · 명명(命名) · 변이(變移) · 변환(變換) 등의 용어는 일찍부터 사용되었던 경험론적인 분류방식에 의한 것이며, 명칭과 의미로 단어의 양면을 규정하고 그것들의 상사(相似)와 근접(近接)에 의해 분류하는 것은 의미삼각형(意味三角形)에 기초한 기능적인 분류라고 한다. 그러나 고대 그리스시대에 개발한 수사학의 용어인 은유(隱喩) · 환유(換喩) · 제유(提喩) 등도 여전히 이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어휘의 공시적 연구는 비속어(卑俗語) · 은어(隱語) · 유아어(幼兒語) 등으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 이러한 연구는 국어 자체의 현상을 밝히는 것보다는 사회심리학적 문제를 풀어 보려는 의도가 더 강하게 작용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군대비속어와 산삼채취인 · 걸인 · 부랑배 · 학생 등의 은어가 연구되었다.
한편, 특정한 의미 영역에 속한 어휘에 어떠한 단어들이 속해 있으며 이것들은 서로 어떠한 관계로 묶여 있는가를 살펴보는 특수어휘군에 관한 연구도 어휘 의미 연구 분야의 한몫을 담당한다. 가령, 공대어(恭待語) · 겸양어(謙讓語) · 민속어(民俗語) · 금기어(禁忌語) · 관용어(慣用語) 같은 것은 연구대상이 되는 어휘가 특정한 의미 영역을 구성하는 것들이다.
이 밖에 국어교육의 기본 자료를 마련하기 위한 기초 어휘의 선정 문제 같은 것도 국어어휘론이 담당하고 있는 연구 분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