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의식은 불교 교단에서 종교적 목적을 위해 행하는 의례이다. 불교의 교리나 교단 체계의 변화는 쉽게 이루어지지 않지만, 의식만은 그 나라의 특색에 맞게 쉽게 변질될 수가 있다. 불(佛)의 관념도 재래신의 관념과 대비해서 생각하면서 신불습합(神佛習合)이라는 현상을 초래하였다. 이에 불교의식은 불교신앙적인 요소와 민간신앙적인 요소의 이중구조로 형성되어 있다. 불교 의례의 범주는 크게 세시풍속 의례, 일상신앙 의례, 소재신앙 의례, 사자신앙 의례, 영혼천도 의례, 기타 불공신앙 의례로 나뉜다.
불교는 석가의 교학사상(敎學思想)을 중심으로 한 종교이다. 즉 석가가 자내증(自內證)한 종교 체험의 결실로 발생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와 같은 불교는 공간적 · 시간적 여건에 따라 한편으로는 불교 자체의 발전을 기하게 되었고, 다른 한편으로는 민중적 · 사회적 수용에 따른 변천을 가져오게 되었다. 이러한 불교의 사회적 · 지역적 수용은 종교 관념에 있어 커다란 변화를 초래하게 되었다.
일반적으로 각 나라마다 고유한 불교 의례를 갖추고 있는데, 이를 민속불교 의례라고 한다. 민속불교의례란 기존 문화와의 융화 속에서 새롭게 재정비되는 불교의식을 뜻한다. 즉, 불교의 교리나 교단체계의 변화는 쉽게 이루어지지 않지만, 의식만은 그 나라의 특색에 맞게 쉽게 변질될 수가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처음에 불교를 수용한 계층은 귀족 특권계층이었으므로, 불교가 사회 전반에 수용되기까지는 보다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게 되었다. 즉, 불교문화 전체를 한번에 전부 수용하지 못하고 처음에는 외국의 진귀한 지식 또는 학예로서의 일부를 수용하였으며, 수용하는 지역에 따른 조건적 차이가 생기게 마련이다. 여기에 준하여 그 관념형태도 달라지게 되었다.
예컨대 불(佛)의 관념도 당초에 있어서는 기존의 신의 관념과의 대비에서 생각하게 되었고, 그 성격도 당시의 사회제도의 기반 위에서 파악되지 않을 수 없었다. 즉, 재래신의 존재가 있는 이상 그와의 교섭관계가 불가결하게 되어 신불습합(神佛習合)이라는 현상을 초래하게 되었다.
이와 같은 변화는 일부의 계층이라 하기보다는 사회 전반의 보다 큰 요구의 결과로 변화의 경도(傾度)는 관념적으로 파악되는 경우보다는 풍속과 결합하여 구체화, 실천화되는 경우에 더욱 강하여진다. 즉 교의적(敎義的) · 원리적 변화보다는 신앙적 · 의례적 변화의 경우에 그 차가 더욱 크게 나타나는 것이다.
불교의례는 사회에 수용되고 민중 사이에 뿌리를 내림으로써 정착되었다. 여기에는 비록 고도로 발달한 불교의 심오한 관념체계가 결여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우리나라 사회에 있어 불교적인 생활이 어떻게 영위되었으며, 그 내용은 어떤 것인가 하는 것이 생생하게 담겨져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불교를 이해함에 있어서는 물론 불교전래 이후의 고승대덕들의 끈질긴 노력의 결과로 이룩해 놓은 불교적 관념체계를 빼놓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사상체계로서의 불교가 어떻게 민중 사이에 유포되어 생활화되었는가를 알기 위해서는 민속불교를 이해하여야 한다. 이는 한국불교의 새로운 발전을 기하는 데도 절대 불가결한 것이다. 원효(元曉)는 수많은 저술을 통하여 한국불교사상의 체계 형성에 크게 기여하였지만, 학승으로서의 원효가 종교인으로서의 임무를 간과할 수 없게 되었을 때 다시 민중과 접촉하고 민중불교의 이해와 그 방향을 제시하려 하였음은 너무나 유명한 사실로 평가되고 있다.
의상(義湘)도 이러한 점에서는 마찬가지였다. 그의 학문적인 공적은 화엄학(華嚴學)의 대성으로 평가되고 있으나, 그 역시 민중의 성향을 살펴서 정토신앙(淨土信仰)에 고취하게 되었다. 민속불교의 참뜻은 불교에 대한 민중의 구체적 관심사라고 할 수 있다. 민중의 현실적 생활과 깊은 연관을 가지고 신앙되고 실천되므로 생활불교의 구체적 모습이 담겨져 있다.
민속불교에는 민중의 현세적 간절한 원망(願望)이 담겨 있고 그 원망을 처리해 나간 구체적 사실들이 담겨 있다. 즉, 삶이란 것을 민중은 어떻게 이해하고 있으며, 불교를 통하여 무엇을 얻고 또한 어떻게 처리해 나가려 하였는가 하는 것을 살필 수 있다.
이와 같이 불교는 의례라고 하는 형태를 빌려 오늘날에 전래되고 있다. 의례에 대한 일반적 견해는 교리가 내용적인 것이고 의례는 형식적인 것이라 하고 있으나, 그 형식이 형식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수행법(修行法)으로 실천되는 것이라는 데 종교적 의미를 지니는 것이다. 즉, 교리의 뒷받침이 없는 의례행위는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불교의례가 지니는 종교적 의의는, 첫째 종교적 대상에 대한 실재감을 고양시키고, 둘째 집단과 사회에 대한 확인이라는 점이다.
여기서 의례는 집단의 공통감정의 상징화라 할 수 있고 그를 행함은 공통감정을 깊게 하여 집단의 결합력을 강하게 한다. 더 나아가서 사회적 관습이 되어 사회적 집단구성원의 무의식에까지 침투하여 집단 전체의 방향성을 부여하고, 집단구성원에게 안정감을 가지게 한다. 그리고 신앙을 영속화시키는 기능을 가지고 인간의 근원적인 심리 생리적 측면을 통하여 보편화의 기능을 발휘하고 있다.
불교의례의 범주는 크게 세시풍속의례(歲時風俗儀禮) · 일상신앙의례(日常信仰儀禮) · 소재신앙의례(消災信仰儀禮) · 사자신앙의례(死者信仰儀禮) · 영혼천도의례(靈魂薦度儀禮) 및 기타 불공신앙의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세시풍속의례에는 석가의 출생 · 출가 · 성도(成道) · 열반일(涅槃日) 등의 불교 사대명절의례와 세시풍속에 따른 불교신앙의례가 여기에 포함된다. 일상신앙의례는 불교신앙인이 행하는 조석예불(朝夕禮佛)을 들 수 있으며, 소재신앙의례는 각종 재앙을 소멸하기 위한 의례다.
사자신앙의례는 민속불교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사십구재(四十九齋) · 수륙재(水陸齋) · 예수재(豫修齋) 등이 이에 속한다. 기타 불교신앙의례는 기도의례라 할 수 있는데 특정한 서원을 하고 그에 따른 공덕을 쌓음으로써 원망(願望)을 처리하려는 신앙행위라 할 수 있다. 신수불공 · 재수불공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또한 세시풍속의례와 일상신앙의례가 정기적인 데 반하여 소재의례 · 사자의례 · 기타 불공의례는 비정기적이란 특징을 지닌다. 이 밖에 정기의례로서 관음재일(觀音齋日) · 지장재일(地藏齋日) 등의 신앙의례를 생각할 수 있고 비정기적인 신앙의례로서는 방생재(放生齋)를 빼놓을 수 없다.
이상의 불교의례를 그 구조적 성격에서 보면 다시 자행(自行)과 화타(化他)의 두 부분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이는 대승불교에 있어 상구보리(上求菩提) · 하화중생(下化衆生)의 이념이 의례의 기본이 되어 있기 때문이며 화타의례의 경우에는 민속불교로서의 성격을 강하게 지닌다는 데서 크게 주목된다.
자행의례는 수도를 위한 수행의례와 보은의례(報恩儀禮)를 들 수 있다. 수행의례는 자기신앙의 발전과 심화를 꾀하기 위하여 행하는 의례로서 일상권행(日常勸行) · 수양회(修養會) 등 출가자가 중심이 되어 많이 행하는 의례이다. 보은의례는 부처나 조사(祖師)의 은덕에 보은의 덕을 표하며 행하는 의례이다.
화타의례는 기원의례(祈願儀禮)와 회향의례(廻向儀禮)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 출가자가 재가자의 의뢰에 의하여 기도를 하고 그 선근(善根)과 공덕을 사자(死者) 또는 일체중생에게 회향하는 의례인 것이다. 이상의 의례에 포함되지 않는 것으로는 점안의례(點眼儀禮) · 진산의례(晉山儀禮) 등을 들 수 있다.
그런데 조선시대 불교의례를 총집성한 것이라 할 수 있는 『범음집(梵音集)』의 내용은, 재가신도의 의뢰에 의하여 행하여지는 기도를 주요 목적으로 삼은 화타의례를 중심으로 그 절차를 수록하고 있다. 조선시대의 불교의례가 민속불교로서의 성격이 매우 강하였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한다.
불교신앙의례의 구조는 불교신앙적인 요소와 민간신앙적인 요소의 이중구조에 의해 형성되어 있다. 불교신앙적인 요소란 불(佛) · 법(法) · 승(僧) 삼보에 귀의하여 자신을 정화하고 정각(正覺)을 얻으려는 수행의례로서 상단권공의례(上壇勸供儀禮)가 여기에 해당된다. 민간신앙적인 요소란 일단 상단권공의례 이외의 신앙의례는 모두가 여기에 해당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상단권공의례에도 민간신앙적인 요소가 있고 기타의 신앙의례에서도 불교적인 신앙요소가 내포되어 있어서 이를 잘라서 구분하기란 무척 어렵다. 영혼천도의례의 경우만 보더라도 시련(侍輦) · 대령(對靈) · 관욕(灌浴) · 신중작법(神衆作法) · 상단권공(上壇勸供) · 중단권공(中壇勸供) · 봉청(奉請) · 봉송의례(奉送儀禮) · 시식(施食) · 전시식(奠施食) · 회향의례(回向儀禮) 등 각종 신앙의 형태가 복합되어 하나의 신앙체계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신앙의 기능면에서 볼 때 크게 봉청 · 봉송의례(奉請奉送儀禮)와 정결의례(淨潔儀禮) · 밀교신앙의례(密敎信仰儀禮)로 나누어진다. 첫째, 불교신앙의례에서 말하는 봉청 · 봉송의례는 신앙의 대상 또는 영혼 등을 의식도량(儀式道場)에 청하고 보내는 의례이다. 불교의식에 나오는 청사(請詞) 및 배송(拜送)은 말할 것도 없고 시련 · 이운(移運) 등의 의례도 여기에 포함된다.
그런데 이와 같은 봉청의 신앙형태는 무속의 재의절차 중 넋청 · 가망청 · 넋보냄 · 배송굿 등과 성격이 같다고 할 수 있다. 원래 불교적인 입장에서 보면, 있고 없는 것이 따로 없고 따라서 가고 오는 것도 있을 수 없어서 봉청 · 봉송의례가 있을 수 없는 것이라 하겠다. 그러나 수행의 도량에 신앙의 대상을 청하고 보냄은 무속신앙과의 습합(習合)에 의한 것이다.
자득자수(自得自修)의 수행을 근본목적으로 한 불교가 그 수행에 공덕을 인정하고 자타공수(自他共修)의 형식을 취하게 되면서 공덕을 다른 것에 회향할 능력이 주어진 승려에게 의뢰하여 타수적(他修的)으로 의례를 행하게 되었다. 구상적(具象的)인 숭배대상을 부정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한 불교가 차츰 숭배대상을 구상화하기에 이른 때문이다.
둘째, 정결의례 · 불정의례(拂淨儀禮)는 자신을 정화하고 환경을 정화하는 기능을 가지는 신앙의례를 말한다. 예를 들면 관욕이나 개계(開啓) 등의 의례에 있어 쇄수게(灑水偈) · 엄정게(嚴淨偈) · 걸수게(乞水偈)를 외는 것과 신중작법(神衆作法)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불교 원래의 수행법에서 보면 불보살에 예경하여 귀의하고 참회함에 의하여 자기 정화와 신앙의 정화를 가져올 수 있는데, 그 정화의 기능을 형상화함에 의하여 관욕의례 · 개계의례 · 신중작법 등을 형성하게 된 것이다. 정결의례를 민간신앙과 대비하여 보면 재의(齋儀)에 있어 성적(聖的)인 상태에 들기 위하여 행하는 의식이다.
민간에서는 사예(邪穢) 등에 접했을 때 몸에 붙은 오성(汚性)이나 속성을 제거하기 위하여 몸에 소금을 뿌리거나 동물의 피를 뿌리기도 한다. 이와 같은 신앙형태와 습합되어 불교의 관욕의례가 형성되는 한편, 의식도량을 성화하기 위하여 무속의 부정(不淨) 거리와 유사한 것을 행하게 된다. 이는 본굿으로 들어가서 제신(諸神)을 청하기 전에 불결한 것을 제거하여 제신이 오는 길과 좌정할 장소를 깨끗이 치우는 뜻을 지닌다.
이들 신앙형태와 습합되어진 것이 불교의 개계의례와 신중작법이다. 신중작법의 경우에는 호법선신(護法善神)이 악신을 물리치게 한다는 기능을 지닌 신앙형태를 지니고 있으며, 부정거리의 부정이 신격적 개성을 지녀 부정신으로 상정되기도 하듯이 불교의 신중 또한 신격으로 받들어진 것이다. 그리하여 불교에서의 신중은 악신을 물리침으로써 도량을 정결하게 할 뿐 아니라 도량을 보호한다는 기능을 지니게 된다.
그리고 더 나아가 신중작법은 국토를 보호한다는 신앙형태에까지 전개되어진 사실을 찾아볼 수 있다. 즉 고려시대 몽고의 침략을 받았을 때 신중법회를 열어 국토를 보호하려 하였음은 그 좋은 예이다.
셋째, 밀교신앙의례는 불교신앙의례의 기능을 신비화할 필요성에 의해서 대두된 것이다. 즉 불정의례에 있어 신묘장구대다라니(神妙章句大陀羅尼) 등의 제반 진언을 외우는 것으로, 헌공의례에 있어 공양진언(供養眞言) 및 변식진언(變食眞言) 등 사대주(四大呪)를 외우는 것, 봉청 · 봉송 의례에 있어서의 봉청진언 · 봉송진언 · 관욕의례에 있어 각종 진언을 외우는 것 등이 그 좋은 예이다. 불교의례의 구성절차에서 보면 이들 진언 없이도 정연한 하나의 신앙체계를 이루게 된다.
그러나 이들 진언이 첨가됨에 따라 오히려 이중구조적인 성격을 지니게 된다. 예컨대 봉청의례는 청사(請詞)에서 충분하나 소청진언이 그 뒤에 반드시 따르고, 참회의례는 참회게로 충분하지만 참회진언(懺悔眞言)이 따른다. 불정의례에서도 엄정게 등에 이어 천수다라니(千手陀羅尼) 등이 따르는 등, 모든 절차에서 신앙의 기능이 강조될 필요성이 있을 때는 그 신앙의례를 신비화하기 위하여 게문(偈文)에 이어 그에 따른 진언을 반드시 첨가하게 된다.
이는 의식의 신비화를 기하려 함이 틀림없으나, 무속에 있어 ‘가망 공수’와 일맥상통하는 것이라서 흥미를 끌게 한다. 무속에서 ‘공수’란 무(巫)에게 신이 내려 무가 신어(神語)를 발생하는 것을 가리키는 것인데 진언은 곧 그와 같은 뜻을 지니는 것이다. 밀교의례는 그 자체가 불교수행법으로서의 훌륭한 뜻을 지니기는 하나, 한국불교의례에 있어 밀교의례는 밀교의례 본연의 수행법이라 하기보다는 무속의 가망과 같은 신앙형태와 습합된 것이라고 봄이 더욱 옳을 것이다.
그리고 한국불교의례의 밀교적 성격은 다양한 민간신앙적 요소를 포용하고 있다는 데 있다. 즉, 많은 불보살은 말할 것도 없고 산신 · 수신 · 칠성 · 용왕 · 시왕(十王) · 조왕신 등이 신중(神衆)의 형태로, 또 독립된 신앙 대상의 형태로 불교의례에 수용되어 있음이 그것이다. 이와 같은 현상은 밀교의례의 신앙체계인 만다라(曼茶羅)로 이해되기도 하지만, 민간신앙의 바탕 위에서가 아니면 그 참뜻을 알 수 없게 된다.
이와 같은 민간신앙적 구조를 신앙의 대상의 측면에서 살펴볼 수도 있다. 불교신앙의례의 청사 및 설단위목(設壇位目)을 보면 미타청(彌陀請) · 미륵청 · 약사청(藥師請) · 관음청 · 지장청 등 불보살을 청하여 그에 따른 신앙의례를 행한다.
이 밖에도 칠성청 · 신중청 · 산신청 · 조왕청 · 현왕청(現王請) · 제석청(帝釋請) · 가람청(伽藍請) · 태세청(太歲請) · 정신청(井神請) · 국사단(國師壇) · 성황단(城隍壇) · 제신단(諸神壇) · 시왕단(十王壇) · 고사단(庫司壇) · 마구단(馬廐壇) · 사자단(使者壇) 등 많은 민간신앙적 대상을 불교신앙의례에 수용하고 있음을 살필 수 있게 된다.
이와 같은 현상은 밀교신앙의례로서의 신앙구조를 지니는 것이라 하겠으나, 다른 한편으로는 무속에 있어서의 가망거리 · 제석거리 · 대감거리 · 성주거리 · 산상거리 · 창부거리 등의 신앙형태와 비교된다. 즉 영혼천도의례에 있어 시련 · 관욕 · 신중작법 · 상단권공 · 중단권공 · 시식 · 전시식 · 봉송 등의 제의(祭儀)구성은 무속의 열두거리 등의 재의(齋儀) 절차와 비교해 볼 만하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천도의례의 재의구성을 불교적 의미에서 보면 상단권공의례(上壇勸供儀禮)만으로 충분하지만 여기에 민간신앙을 수용하면서 하나의 새로운 신앙체계가 형성된 것으로 믿어지기 때문이다.
여기서 말하는 불교신앙적 구조는 두 가지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다. 그 하나는 불교 본연의 신앙의례가 어떤 것이냐 하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비록 불교신앙의 대상이 아니라 하더라도 거기에 불교적 의미를 어떻게 부여하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우선 불교의례는 자행(自行)과 타행(他行)의 두 부분으로 나누어서 생각할 수 있다.
오늘날의 사원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타행의례이다. 이 타행의례는 다시 기원의례와 회향의례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는데 이것은 영혼천도의례의 구성절차를 통하여 살펴볼 수 있다. 영혼천도의례의 대체적인 구성절차는 향등공양(香燈供養) · 예경개계(禮敬開啓) · 참회(懺悔) · 청법(請法) · 계청(啓請) · 거불(擧佛) · 유치청사(由致請詞) · 예찬(禮讚) · 정례(頂禮) · 헌공(獻供) · 발원(發願) · 회향(回向) · 축원(祝願) 등으로 상단권공의 절차를 이룬다.
상단권공은 불보살단(佛菩薩壇)의 신앙의례로서 불연의 불교의례라 할 수 있으나 이를 다시 청법 이전과 청법 이후로 나누어 그 구성요소를 살펴보면, 양자는 각기 다른 구조적 성격을 지니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청법 이전은 자행의례의 구조를 지니고 있음을 살필 수 있다.
즉, 청법 이전은 대자의례(對自儀禮)의 기본요건이라 할 수 있는 향등공양 · 정례 · 찬불 · 참회 · 수경(收經) 등으로 자기신앙의 개발과 심화를 기하고 있다. 그러나 청법 이후는 대자의례의 기본 위에 상단소(上壇疏) · 유치청사 · 거불(擧佛) 등에서 보는 바와 같이 기원과 회향의 모티프를 삽입함에 의하여 타행의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불교 본연의 신앙의례라 할 수 있는 것은 이상과 같은 자행의례를 말한다.
다음에는 재래의 일반 민간신앙적 요소가 어떻게 불교의례에 수용되어 불교적 의미를 부여받게 되는 것인가 하는 것이다. 우선 그 기연(機緣)은 불교의례의 타행화에서 찾을 수 있게 된다고 하겠다. 본연의 불교의례로서의 자행의례가 타행의례화한다는 것은 불교의 민간신앙화를 기하게 되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일반 민간신앙의 불교화를 기하게 된다는 것을 뜻한다.
불교가 민간신앙화하는 형태는 두 가지 유형이 있다. 그 하나는 불교신앙 자체가 민간신앙화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불교가 다른 민간신앙적 요소를 수용하여 민간신앙화하는 것이다. 전자는 자행의례에 기원과 회향의 모티프를 삽입함에 기인한다고 하겠는데, 상단권공은 그 좋은 예가 된다.
그리고 후자는 불교가 민간신앙을 수용하여 그에 자행의례의 공덕을 회향하여 기원하는 형태라 하겠는데, 시왕단 · 칠성단 · 산신단 · 영단 등 각종 일반 민간신앙적 요소에 자행의례의 공덕을 회향하여 불교적 의미를 부여한 것이다. 이와 같이 일반 민간신앙이 불교에 수용된다는 것은 회향을 기연으로 한 것이고, 그렇게 수용된 민간신앙은 독자적인 존립의 기능을 잃고 불교와의 상관관계에서 비로소 그 의미를 찾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특히, 영혼천도의례의 전반적인 구성절차에는 각종의 민간신앙적 요소가 수용되어 있지만 전체구조에서 보면 결국 불교 신앙의례화로서의 성격을 잃지 않고 정연한 신앙체계를 지니고 있다. 시련 · 대영 · 신중작법은 불보살 및 신중과 영혼들을 영접하고 불연을 맺게 하여 자기정화 및 도량의 정화를 기하는 의례이다. 그런데 이는 상단권공의 제1단계라 할 수 있는 할향(喝香)에서 참회까지는 공양 · 정례 · 도량 · 정화 · 자기정화 · 참회와 같은 성격의 의식이다.
그리고 상단권공의 정재게(頂載偈) · 개경게(開經偈)에서 준제공덕취(準提功德聚)까지는 대자의례적(對自儀禮的)인 것이나, 그 뒤에 결회의 취지를 아뢰고 의례를 행하게 된 그 공덕을 설재자(說齋者)의 당일영가(當日靈駕)에게 회향하고 발원(發願)함으로써 대타의례화(對他儀禮化)한다.
여기에 다시 영가(靈駕)에게 회향한다는 의미가 더욱 강조되고 조상숭배 신앙과의 습합에서 영단을 설하여 영가에게 법회를 베푸는 시식의례(施食儀禮)가 행해지는데, 이와 같은 기연은 불교가 민간신앙 또는 수용자측의 요구를 수용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불교의례의 전개를 가능하게 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각배재(各拜齋)에 있어 중단권공과 전시식(奠施食)은 그 좋은 예의 하나이다. 그리고 다음 단계로 봉송의례가 행하여진다.
이상의 구조를 정리해 보면 불보살을 봉청하여 공양, 정례, 도량청정, 참회, 발원하는 것은 서분(序分)에 해당하고 영가에게 법문을 베풀고 그 공덕을 영가에게 회향하는 것은 정종분(正宗分), 다시 보은의 정례를 마친 다음 불보살을 봉송하는 것은 유통분(流通分)에 해당한다. 이 같은 의식의 형상화에 의한 방편과 민간신앙과의 습합과정에서 상단권공의 단계인 서분의 전반에 시련 · 대영 · 관욕 · 신중작법 등이 삽입된다.
이단계인 정종분의 후반에는 시식 · 전시식 등이 삽입되었으며, 삼단계인 유통분에서는 대승불교의 서원으로 두루 회향을 하고 불보살의 호념(護念)으로 재회를 엄수하게 된 데 대한 보은의 정례를 한 다음 송불하고 끝내게 되는 것이다.
이상에서 본 불교의례의 삼단계 구조는 불경의 삼단계 구조와 상응하고 있다. 불교경전의 전통적인 구조를 보면 서분 · 정종분 · 유통분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서분에서는 경전의 연기(緣起)와 설하고자 하는 교설에 존중의 염을 일으키고, 정종분에서는 그 경전에 있어 설하고자 하는 경의 핵심을 서술하며, 유통분에서는 교설(敎說)을 유포시키기 위하여 그 공덕과 제천의 가호(加護)를 서술하고 있다.
불교의례는 그 초기에 자득자수(自得自修)의 수행의례였으나 기원 · 회향 · 추선공양(追善供養)이라고 하는 교리의 변천과 더불어 민간신앙을 많이 수용하였지만 그 신앙체계는 경전 구조의 삼단계 양식을 취함으로써 불교의례로서의 성격을 뚜렷이 지키고 있다.
불교의례의 신앙적 특성은 자행의례에서 타행의례화하여 민간신앙화한 불교신앙의 특성을 살핀 것인데, 대체로 법화신앙 · 정토신앙 · 밀교신앙 등이 대종을 이루고 있다.
영혼천도를 위한 상주권공 · 각배재 · 영산재 중에서 가장 이상적인 것으로서 일반대중에게 보다 깊은 신심을 불러일으키게 하는 것은 영산재이다. 영산재의 선행의례인 괘불이운(掛佛移運)의 영산지심(靈山志心)에는 ‘영산회상염화시중(靈山會上拈花示衆) · 시아본사석가모니불(是我本師釋迦牟尼佛)’이 있다.
본의례의 거불에서는 ‘영산교주석가모니불나무영산회상불보살’ 설법게(說法偈)에 이어 ‘설법필후어산창묘법연화경(說法畢後魚山唱妙法蓮華經) · 대중격고동송연화경(大衆擊鼓同誦蓮華經)’이 있다.
이어서 지심귀명례의 ‘구원겁중성등정각상주영산설법화경아본사석가모니불(久遠劫中成等正覺常住靈山說法華經我本師釋迦牟尼佛)’과 육법공양(六法供養), 그리고 각집게(各執偈)의 ‘공양영산제불타(供養靈山諸佛陀) · 공양영산제달마(供養靈山諸達磨) · 공양영산제승가등(供養靈山諸僧伽等)’을 통하여 의식도량을 영산설법장(靈山說法場)으로 상징화하고 있다.
영산이란 영축산(靈鷲山)의 준말로서, 이 영축산에서는 석가가 주로 『법화경』을 설한 것으로 전하여 오고 있다. 영산작법에 의하여 영산재를 연다는 것은 석가의 영산설법장을 재현하고자 하는 상징적 작용이라 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이는 법화경신앙이 기초를 이루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법화경신앙에 대한 영이력(靈異力)은 고려 말의 『법화경영험전(法華經靈驗傳)』에 의해 전해졌고, 그 신앙의 형태도 강법화경(講法華經) · 송법화경(誦法華經) · 전법화경(轉法華經) · 서사법화경(書寫法華經) 등 다양한 형태로 전해지고 있다. 그리고 조선 초기의 법화불사(法華佛事)에 관한 기록을 보면, 영혼을 천도하기 위한 것으로서 반드시 『법화경』이 사용되었고, 『법화경』이 모든 경전 가운데 최고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이 기사에서 법화경신앙이 영혼천도의례 등의 신앙구조에 깊이 참여하고 있었음을 살필 수 있다. 현행 영산재는 이와 같은 법화경신앙의 공덕으로 영산회상 불보살의 가지력(加持力)을 얻으려 하는 것인데, 이는 법화경신앙의 영이력을 단순한 『법화경』의 독송이나 서사 등의 신앙형태에서 구하기보다는 종합적인 신앙형태로 발전시켜 영산법화도량(靈山法華道場)의 재현을 상징화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불교 신앙의례의 밀교신앙적 요소는 두 측면에서 살필 수 있다. 그 하나는 의식절차에 진언(眞言) 등의 밀의(密儀)가 수용되어 있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다양한 신앙적 요소를 수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자의 경우를 보면 의식절차에서 참회게에 이어서 참회진언을, 청사(請詞)에 이어서 헌좌진언을, 귀명게(歸命偈)에 이어서 정법계진언(淨法界眞言)과 호신진언(護身眞言) · 관세음보살육자대명왕진언을 헌공에 이어서 변식다라니(變食陀羅尼) 등의 4다라니(四陀羅尼)를, 가지게(加持偈)에 이어서 보공양진언(普供養眞言)과 보회향진언(普回向眞言)을, 봉송게(奉送偈)에 이어서 봉송진언이 있다.
우리나라에 밀교가 전래된 것은 신라시대 명랑(明朗)과 혜통(惠通)에 의해서였다. 이와 같은 밀교는 비록 정순밀교(正純密敎)로서 전개된 흔적은 아직 찾아볼 수 없으나 불교의 토착화와 불교의례에는 큰 영향을 미쳤고, 특히 진언은 서민불교의 요청에 따라 의식집에 많이 삽입되었다.
우리나라에서 유통된 진언집 중 대표적인 것으로는 『천수천안관자재보살대비심다라니경(千手千眼觀自在菩薩大悲心陀羅尼經)』과 『오대진언집(五大眞言集)』 · 『불정심다라니경( 佛頂心陀羅尼經)』 · 『오대진언급영험약초(五大眞言及靈驗略抄)』 · 『천지팔양신주경(天地八陽神呪經)』 · 『진언집』 · 『수구다라니(隨求陀羅尼)』, 『비밀교(秘密敎)』 · 『불설장수멸죄호룡자다라니(佛說長壽滅罪護龍子陀羅尼)』 등을 들 수 있다.
이상의 진언이나 다라니가 유통된 것은 불교가 심오한 교의(敎義)나 출세간의 도로서보다는 치병(治病) · 양재(禳災) · 기복(祈福) · 호국(護國) 등의 현실문제와 관련해 더욱 중요시되었다. 이와 같은 현실의 요청에 적응하여 밀교나 다라니가 불교의식에 삽입된 것이 현행 불교의례의 밀교적 성격을 낳게 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한국불교의례에 다양한 신앙적 요소가 수용되어 있음이 밀교적 성격이라 하는 까닭은 밀교의 교의적 성격이 일단 모든 재래신앙을 인정하고 이를 통섭(統攝)하는 신앙체계를 지니기 때문이다. 이를 만다라라고 하는데 한국불교의례에 수용된 제반 신앙의 요소들이 이와 같은 신앙체계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불교의례에서 정토신앙의 구체적인 모습은 시식의례(施食儀禮)의 다음과 같은 사항에서 찾아볼 수 있게 된다. 첫째는 나무아미타불의 십념(十念)이고, 둘째는 장엄염불(莊嚴念佛), 셋째는 나무아미타불 후송염불(後誦念佛), 넷째는 문외법주창(門外法主唱) 등의 원왕생게(願往生偈)이다.
정토신앙은 염불수행에 의하여 아미타의 극락세계에 왕생하게 된다는 신앙이다. 원효는 일찍이 그의 『유심안락도(遊心安樂道)』에서 “극정(極淨)의 극락(極樂)은 심의(心意)로 계탁(計度)할 수 없을 만큼 무한한 것이나 누구든지 아미타불을 염하여 왕생극락을 원하면 즉시 견불(見佛)할 수 있다.”고 하여 극락정토의 이행도(易行道)를 제창하였다.
그런데 이와 같은 염불신앙은 일찍부터 불도수행의 기본 행법의 하나로 생각되어 불법을 염하는 법신의 염불, 불의 공덕이나 상모(相貌)를 마음속으로 생각하는 관념의 염불, 불의 명호(名號)를 입으로 부르는 구칭염불(口稱念佛)이 행하여졌으며, 염불의 대상도 여러 가지가 있다.
그러나 아미타불의 신앙이 널리 보급됨에 따라 일반적으로 염불이라고 하면 입으로 나무아미타불을 외우는 것을 지칭하게 되었고, 이와 같은 구칭염불이 일반대중에게 크게 유행하였다. 그리고 이와 같은 염불이 의례화됨에 따라서 더욱 구체적으로 인간관심사에 결합하게 되었던 것이다.
첫째, 나무아미타불의 십념에 대하여 원효는 『유심안도』에서 보살로부터 아래로는 범부중생에 이르기까지 다같이 왕생할 수 있음을 설하고, “임종에 이르러서 십성(十聲)의 염불로써 생사의 죄를 면제받고 극락세계에 왕생할 수 있다.”고 하고 있다. 십념은 곧 십성의 칭명염불(稱名念佛)로서 정중하게 아미타불의 명호를 십성칭념(十聲稱念)하는 것이다.
둘째, 장엄염불에서는 아미타불의 정토가 칠보합성(七寶合成)의 장엄세계임을 설하되, 극락이 법장(法藏)의 본원에 의해서 장엄된 것임을 밝히고 있다. 따라서 그 본원을 믿는 자는 그의 정토에 왕생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염불왕생의 신심은 정토장엄에 의해 성립되고 본원장엄(本願莊嚴)의 정토는 염불왕생의 신심에 의해 영회(領會)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장엄염불은 이와 같은 극락정토의 장엄을 찬탄한 것으로 법조(法照)가 지은 「극락장엄찬(極樂莊嚴讚)」의 형식을 따르고 있다.
셋째, 후송염불은 아미타불의 명호를 계속 부르는 것이다. 이는 담란(曇鸞)의 「찬아미타불게(讚阿彌陀佛偈)」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의례화된 염불의 형식이다.
넷째, 원왕생은 일종의 발원이다. 정토신앙의 기본 입장은 아미타불의 정토에 왕생하는 데 있다. 그리하여 정토교의 신앙인은 정토왕생을 간절히 발원하게 되는 것이다.
이상에서 살핀 한국불교의례에 나타난 정토신앙적 요소를 다시 정리해 보면, 십념으로 아미타불에 귀의하고 장엄염불로 정토찬, 후송염불로 미타찬을 하며, 다시 원왕생, 원왕생으로 정토왕생을 발원하는 정토적 귀의사상이 불교의식의 구조에 삽입되어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